[원작알고보기]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vs 뮤지컬 ‘소나기’
작성일2009.04.28
조회수36,219
모르고 봐도 재미있지만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한 번안극이나 리메이크 작품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최근 공연계에도 영화나 소설 등을 원작으로 하거나 외국 작품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리 스토리를 알고 있다고 해서 재미가 반감될 걱정은 없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기존의 작품에서 대략의 라인을 가져오되 자신들만의 특색을 살려 새롭게 각색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원작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두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쉽게 알지 못하는 작품의 속사정까지 꿰뚫어보는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함께 공연장을 찾은 동행인에게 이러쿵저러쿵 아는 척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vs 뮤지컬 ‘소나기’
빅뱅의 ‘승리’에 이어 FT아일랜드 ‘재진’이라는 화제의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으는 뮤지컬 ‘소나기’는 황순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이 가진 서정적인 힘을 그대로 무대 위에 그려내는데 성공, 2008년 5월 공연 당시 유료객석점유율 86.2%라는 기록을 세우며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1950년대 경기 일원의 농촌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소나기’는 전쟁 전후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인간성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보여주며, 한국 문학사에 중요 작품으로 남아있다. 차마 사랑이라 부르기도 조심스러운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감정적 교류를 아름다운 묘사 중심의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냈다.
◎ 원작 깊이보기 :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사람은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이 있다. 따라서 사람은 그 유년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채 성장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 내용과 관계없이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소년,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일련의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성숙한 세계로 입문하는 통과 제의(通過祭儀)의 시련과 관련이 있다. 만남 - 조약돌과 호두알로 비유되는 감정의 교류, 소나기를 만남, 소녀의 병세의 악화 - 이별(소녀의 죽음). 소설 ‘소나기’는 이러한 줄거리 속에서 사랑이 움트는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감정을 표면화하면서, 내면적으로는 소년이 소녀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유년기를 벗어나는 통과 의례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즉, 소녀의 죽음은 소년에게 고통의 순간이면서 유년기에서 성년에 이르는 껍질을 깨는 아픔과 어려움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 원작자와 안면 트기 : 소설가 황순원
황순원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 소설 미학의 전범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법적 장치들,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휴머니즘의 정신,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에 대한 애정 등을 고루 갖춤으로써 황순원의 작품들은 한국 현대소설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의 소설들이 예외 없이 보여주고 있는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소설문학이 추구할 수 있는 예술적 성과의 한 극치를 시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소설문학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주력할 경우 자칫하면 역사적 차원에 대한 관심의 결여라는 문제점이 동반될 수 있지만 황순원의 문학은 이러한 위험도 잘 극복하고 있다. 그의 여러 장편소설들을 보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충실하게 살려놓으면서 일제강점기로부터 이른바 근대화가 제창되는 시기에까지 이르는 긴 기간 동안의 우리 정신사에 대한 적절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뮤지컬 두 배 재미로 즐기기 : 뮤지컬 ‘소나기’
원작 ‘소나기’의 빼어난 감성을 여과 없이 전달하기 위해 꾸며진 무대연출은 실제 무대 위로 쏟아지는 3톤의 소나기와 환타지적 영상 효과, 그리고 수묵화 색채의 조명 디자인이 핵심이다. 관객은 무대 전체로 쏟아지는 소나기와 무대 위에 형성되는 시냇물, 그리고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노래하는 배우들에게서 원작 단편소설 소나기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공연예술로써 경험하게 된다.
또한 뮤지컬 ‘소나기’는 서정적이면서도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창작 뮤지컬로써는 보기 드문 음악적 완성도를 선보였다. 오랫동안 귓가에 맴도는 서정적인 음악은 원작소설 ‘소나기’의 감성을 여과 없이 뮤지컬로 승화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원작의 언어적 아름다움이 음악으로 구체화 되었기에, 작품 전반에 따듯한 서정성과 자연적 색채의 음악이 가득하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하모니카 선율로 꾸며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가 원작 소설의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한다면, 모던 락의 ‘형님이 나간다’와 ‘소풍’은 현 시대 청소년의 학창시절을 그들의 음악으로 경쾌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음악적 요소를 통해 청소년 관객은 뮤지컬 소나기를 과거 부모님 시대의 아련한 이야기가 아닌, 현재 그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작품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메마른 감성을 자극할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소나기’는 오는 5월 1일부터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vs 뮤지컬 ‘소나기’
빅뱅의 ‘승리’에 이어 FT아일랜드 ‘재진’이라는 화제의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으는 뮤지컬 ‘소나기’는 황순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원작이 가진 서정적인 힘을 그대로 무대 위에 그려내는데 성공, 2008년 5월 공연 당시 유료객석점유율 86.2%라는 기록을 세우며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1950년대 경기 일원의 농촌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소나기’는 전쟁 전후의 각박한 현실 속에서 인간성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보여주며, 한국 문학사에 중요 작품으로 남아있다. 차마 사랑이라 부르기도 조심스러운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감정적 교류를 아름다운 묘사 중심의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냈다.
◎ 원작 깊이보기 :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
사람은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이 있다. 따라서 사람은 그 유년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채 성장한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 내용과 관계없이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소년,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가의 일련의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성숙한 세계로 입문하는 통과 제의(通過祭儀)의 시련과 관련이 있다. 만남 - 조약돌과 호두알로 비유되는 감정의 교류, 소나기를 만남, 소녀의 병세의 악화 - 이별(소녀의 죽음). 소설 ‘소나기’는 이러한 줄거리 속에서 사랑이 움트는 소년과 소녀의 미묘한 감정을 표면화하면서, 내면적으로는 소년이 소녀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유년기를 벗어나는 통과 의례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즉, 소녀의 죽음은 소년에게 고통의 순간이면서 유년기에서 성년에 이르는 껍질을 깨는 아픔과 어려움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 원작자와 안면 트기 : 소설가 황순원
황순원은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 소설 미학의 전범을 보여주는 다양한 기법적 장치들, 소박하면서도 치열한 휴머니즘의 정신, 한국인의 전통적인 삶에 대한 애정 등을 고루 갖춤으로써 황순원의 작품들은 한국 현대소설의 전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그의 소설들이 예외 없이 보여주고 있는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소설문학이 추구할 수 있는 예술적 성과의 한 극치를 시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소설문학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주력할 경우 자칫하면 역사적 차원에 대한 관심의 결여라는 문제점이 동반될 수 있지만 황순원의 문학은 이러한 위험도 잘 극복하고 있다. 그의 여러 장편소설들을 보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충실하게 살려놓으면서 일제강점기로부터 이른바 근대화가 제창되는 시기에까지 이르는 긴 기간 동안의 우리 정신사에 대한 적절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뮤지컬 두 배 재미로 즐기기 : 뮤지컬 ‘소나기’
원작 ‘소나기’의 빼어난 감성을 여과 없이 전달하기 위해 꾸며진 무대연출은 실제 무대 위로 쏟아지는 3톤의 소나기와 환타지적 영상 효과, 그리고 수묵화 색채의 조명 디자인이 핵심이다. 관객은 무대 전체로 쏟아지는 소나기와 무대 위에 형성되는 시냇물, 그리고 비에 흠뻑 젖은 채로 노래하는 배우들에게서 원작 단편소설 소나기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공연예술로써 경험하게 된다.
또한 뮤지컬 ‘소나기’는 서정적이면서도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창작 뮤지컬로써는 보기 드문 음악적 완성도를 선보였다. 오랫동안 귓가에 맴도는 서정적인 음악은 원작소설 ‘소나기’의 감성을 여과 없이 뮤지컬로 승화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원작의 언어적 아름다움이 음악으로 구체화 되었기에, 작품 전반에 따듯한 서정성과 자연적 색채의 음악이 가득하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하모니카 선율로 꾸며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가 원작 소설의 아날로그 감성을 표현한다면, 모던 락의 ‘형님이 나간다’와 ‘소풍’은 현 시대 청소년의 학창시절을 그들의 음악으로 경쾌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음악적 요소를 통해 청소년 관객은 뮤지컬 소나기를 과거 부모님 시대의 아련한 이야기가 아닌, 현재 그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작품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메마른 감성을 자극할 서울시뮤지컬단의 뮤지컬 ‘소나기’는 오는 5월 1일부터 1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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