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 원로배우들의 특별한 집들이

“이 경사를 살아서 맞이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지난 11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최은희, 서희승, 장민호, 강부자, 윤복희, 윤석화 등 연극계 인사와 시민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색적인 집들이 행사가 열렸다.

원로배우 서희승의 징치기로 과거 연극무대를 재현하며 시작을 알린 이 날 행사는 사물놀이를 비롯한 축하연주, 명동예술극장 영상감상과 더불어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명동국립극장을 거쳐간 배우를 비롯한 연출, 작가들이 무대에 올라 명동극장에서 있었던 추억담을 이야기하며 감동적인 대사를 읊는 ‘명동의 추억, 명동의 예술’ 프로그램이 감동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원로배우 장민호는 “명동극장이 이제서야 제 모습을 찾았다”며 “이런 경사를 살아서 맞이 줄 꿈에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무대에 오른 배우 강부자(사진 두 번째)는 “강부자가 드라마만 하는 줄 아는데 연극도 많이 한 배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1962년 <청기와 집> 이라는 작품으로 22살의 나이에 대가댁 마님으로 이 무대에 올랐던 기억을 떠올리니 가슴이 뭉쿨하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극장 스케줄이 얼마나 야박한지 총연습도 못하고 연극을 올릴 때도 있었고, 밤새워 연습도 많이 했다. 그렇게 연극이 좋아서 47년을 지나왔다"며 명동예술극장에 다시 선 감회를 밝혔다.

1953년, 일곱살의 나이에 단막극 <슈샤인 보이> 꼬마 역할로 이 무대에 섰다는 가수 윤복희(사진 세 번째)는 당시 히트곡이었던 ‘슈샤인 보이’의 한 구절을 부르며 "명동극장의 분장실에서 잠자고 밥 먹은 생각이 난다”며 “여긴 내 집 같은 고마운 공간"이라고 회고했다.

관객으로만 찾아왔던 명동예술극장에 배우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이 벅차다고 밝힌 배우 윤석화(사진 네 번째)는 자신의 출연 예정작인 연극 <시간이 흐를수록>의 멜로디에 맞춰 "모든 고민을 잊고 명동예술극장으로 오세요~"라는 노래를 불러 한껏 분위기를 고조 시켰다.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인 <맹진사댁 경사>에 특별 카메오로 출연하는 연로배우 최은희(사진 첫 번째)는 "다시 이 무대에서 서니 가슴이 떨려서 말을 못하겠다, 꿈을 꾸는 것 같다"고 울먹여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맹진사댁 경사>의 한장면을 선보이며 "꼭 맞는 작품으로 이 무대에 주연으로 다시 한 번 서고 싶다"며 당대 최고 여배우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연극배우 출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명동예술극장의 개관을 시작으로 한국 연극의 새로운 바람이 불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연극인들의 창작역량이 최대한으로 발휘되도록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 하겠다”고 말했다.

1975년 대한투자금융에 매각됨과 동시에 문을 닫은 명동국립극장은 연극인들의 노력으로 35년 만에 명동예술극장으로 재개관 했다. 연극전용극장으로 부활한 이 극장은 6월 5일 <맹진사댁 경사>를 시작으로 정식 개관한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 명동예술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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