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오빠밴드,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한때 유행했던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딨니? 다 되지!’ 정말 세상엔 노력하면안되는 게 없을까. 대학로엔 악기에 ‘ㅇ’자도 모르던 배우들이 모여 만든 군악대 뮤지컬이 있다. 이름하여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20주년 기념사업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신인 발굴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배우들이 직접 금관 악기를 연주, 이미 배짱 두둑하게 2달이라는 긴 여정을 지나왔다. 음악 전공자들이 아닌 연기 전공생들의 군악대 합주, 과연 어떻게 들릴까.

요즘 유행하는 프로그램 중 성장프로그램이 대세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야구를 하거나 밴드를 만들어 좌충우돌 성장기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악기를 다루는 오빠밴드는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군악대원들과 닮았다. 잘난 것 하나 없는 여덟 명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악기를 가지고 소통한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내는 합주는 늘 삐걱거린다. 드럼이 튀거나 베이스가 잘 안되거나, 여튼 여의치가 않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도 마찬가지다. 한 명이 아닌 13명의 군악대원들이 만들어내는 금관악기 합주는 매일매일이 어렵기만 하다. 트럼펫만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타악기만 잘 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불든 치든 여러 소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듣기에 좋다. 13명의 군악대원들은 왜, 이런 어려운 합주를 시작했을까.

오빠밴드든, 군악대 합주든, 여러 악기가 모여 하나의 화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쉽게 우리 삶에 비유되곤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는 관계 속에서 다양한 삐걱거림을 경험한다. 처음엔 모두가 다 서툴다. 처음 드럼 스틱을 잡아보는 어린아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만남에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군악대원들이 겪는 오해와 갈등은 그래서 우리들의 이야기다. 오빠밴드가 티격태격하면서도 굴러가는 모양이 영 보기 싫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져야 한다. 입술이 까지고 터지는 과정이 있어야 성장한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전 배우들은 작품 때문에 처음 악기를 잡아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3개월이 넘는 연습 기간 동안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일 같이 반복되는 연습 때문이었다. 잘 하지 못해도, 부족해도 괜찮다. 어설프고 또 실패하고 실수했다 쳐도 상관 없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속 군악대원들처럼, 사고뭉치 좌충우돌 실수 연발이라도, 우리는 과정 중이다. 단지 성장기의 성장통을 앓고 있을 뿐이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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