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설마’하고 갔다가 ‘오호’하고 나오는 연극 ‘막무가내들’


3D 붐이 일고 있는 요즘, 공연계에서 3D를 찾는다면 단연 소극장 공연을 꼽을 수 있다.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뿐 아니라 그들의 땀과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현장감 있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로 아트홀 스타시티 1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막무가내들’은 이런 소극장 공연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이다. 120석 규모의 소극장은 관객과 배우를 하나로 융합하기에 충분하다. 배우의 첫 등장 자체가 관객석에서부터 시작되니까 말이다.


어디에 앉아도 한 눈에 들어오는 무대 왼쪽엔 우물이 놓여 있고 가운데로는 다 쓰러져가는 흉가 한 채가 지어져 있다. 오른쪽엔 ‘푸세식’ 화장실과 주인 없는 외양간, 지푸라기로 가득하다. 이 단출한 무대에서 이제 1시간 40분 동안 한 바탕 코믹호러플레이가 시작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코믹극이 아니라 코믹 호러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나왔다. 그 표현대로 처녀귀신, 저승사자, 퇴마사 등 그 등장이름만 들어도 범상치가 않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코믹호러플레이는 ‘설마’하는 마음을 ‘오호, 이것 봐라?’하는 심정으로 바꾸어 놓는다. 대학로 흥행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의 이주용 작가가 대본을 쓰고 ‘둥둥 낙랑둥’의 배종근이 연출을 맡았다.


극본을 쓴 이주용 작가에 의하면 이 작품은 오로지 ‘웃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시사성, 사회성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 어떤 유구한 메시지를 담기 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두 시간 웃고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코미디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지끈 거릴 때, 누군가가 웃겨주길 바라는데 옆에 아무도 없을 때 이 작품은 제격이다.


그 내용 또한 기상천외하다. 천 년 묵은 처녀귀신 옥빈은 옥분이란 이름을 도용해 사채업자 박용우에게 1억 원을 빌린다. 귀신인지라 돈만 빌려 놓고 입 싹 닦으려고 했던 옥빈을 박용우는 지리산 자락까지 찾아와 돈을 갚으라고 위협(?)한다. 그러나 그녀가 귀신인줄도 모르고 이곳까지 온 사채회사 말단 직원 박용우는 이제 행복 끝! 개고생 시작임을 직감한다. 여기에 옥빈을 하늘로 데려가야, 아니 모셔가야 하는 저승사자 나상출에 퇴마사 장필연까지, 얽히고 섥힌 4명의 사각 스캔들이 좌중을 폭소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스토리의 짜임새다. 여러 번의 앙코르 공연을 통해 불필요한 부분은 삭제하고 재밌는 부분은 과장하는 등 대대적인 수정 절차가 있었지만 여전히 이야기 구성력은 약하다. 간결하게 묘사되어야할 사건해결의 에피소드는 다소 복잡하게 꾸며져 관객들을 혼란시킨다.

처녀귀신 옥빈 역에 신미영, 김선경, 저승사자 나상출 역에 김희진, 사채업자 박용우 역에 박기덕, 퇴마사 장필연 역에 이장원, 장봉태 등이 출연한다. 대학로 아트홀 스타시티 1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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