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모그라피]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의 조정은

 2010 뮤지컬계가 주목하는 배우 조정은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 2007년 ‘스핏파이어 그릴’을 마치자마자 영국 유학길에 올라 많은 팬들을 놀라게 했다.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직후 내린 결정이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오는 2월 9일 그는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로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1막에서는 화려한 연애편력을 자랑하는 상류층 여인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찾아 모자가게 점원으로 변장하는 조세핀을, 2막에서는 13년 째 우정을 지켜온 남자친구와 불륜에 빠질 뻔한 유부녀를 연기한다. 호소력 짙은 창법과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조정은, 그의 필모그라피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 미녀와 야수

 데뷔 3년차인 동국대학교 4학년 시절 그는 미녀 ‘벨’의 오디션에 합격한다. 어렸을 적부터 워낙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 앞에 나서질 못했다”고 밝힌 그는 계원예고 시절 출강 온 뮤지컬 배우 남경읍과 조승룡을 통해 뮤지컬 배우의 길로 접어든다. 배우 조승룡의 권유로 서울예술단에 들어간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거쳐 이 작품을 만나게 된다. 그는 ‘미녀와 야수’를 통해 외국 크리에이티브팀과 함께 작업하게 되면서 그들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공연 진행방식”과 “배우에 대한 색다른 접근방식”에 자극을 받게 되는데 이때부터 유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 도중 무대 위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다. ‘Home’이라는 노래를 무르던 중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한 스태프는 “감정이 고조되고 역할에 몰입되면서 쓰러진 줄 알았다”고. 장기 공연을 해본 적이 없는 그에게 6개월이라는 공연 기간은 체력적으로 다소 무리였던 것이다. 그 당시 병원에서 열흘을 쉬고 다시 무대에 복귀해 끝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한 그는 “한 번 크게 앓고 나니까 남은 기간은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배우 조정은. 그는 ‘미녀와 야수’와 ‘로미오와 줄리엣’ 등으로 호평 받았지만 공주과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가 남겨진 숙제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조광화 연출은 그에게 “예쁜 척만 하고 연기를 제대로 못한다”며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조정은 역시 “연기도 노래도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연출님이 그리고자 했던 로테에 대한 캐릭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2003년에 이어 2005년 두 번째 공연을 올릴 때 그는 “이제야 제대로 작품을 이해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 작품은 드라마적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베르테르’라는 캐릭터의 열정이 매우 높게 그려지고 있고, 무거움과 진지함의 미학이 녹아 있다. 비극적인 장엄미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조정은이 서울예술단에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외부 작품에 참여한 것이기도 했다. 

◎ 화성에서 꿈꾸다

 빙허각은 조선시대의 실학자 서유본의 아내이자 서유구의 형수로서 여성실용백과인 ‘규합총서’를 쓴 조선 최초의 여성 실학자다. “빙허각이 조선의 개혁 군주 정조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에서부터 출발하는 이 작품은 민영기와 조정은이 각각 정조와 빙허각으로 출연했다. 그녀는 이 작품에 대해 “마치 손으로 찢어먹는 김치”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서울과 수원에서 각각 공연이 올라갔지만 그는 수원 공연에만 출연했다. 그는 수원 공연이 “손으로 찢어 먹는 김치”라면 서울 공연은 “김치를 정갈하게 사기그릇에 올려놓고 먹는 정식”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견 연출가 이윤택을 비롯해 작곡가 김영동, 안무가 조흥동, 인간문화재 하용부 등 내로라하는 각계 전문가들이 제작진으로 참여했다. 배우 조정은은 “이윤택 연출님은 대사를 멋스럽게 잘 만든다”며 “제가 생각보다 소화를 잘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 스핏파이어 그릴

 배우 조정은이 자신의 출연작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 베스트 3 안에 꼽는 작품이다. 교도소에서 막 나온 펄시(조정은)가 작은 마을의 식당 ‘스핏파이어 그릴’에서 일하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마치 작품이 저한테 돌을 던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작품이 던질 돌은 그의 가슴 안에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탁한 느낌의 소리를 가진 펄시를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까지 바꿔야 했던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걱정도 많이 하고 힘들어서 운적도 많았다. 그러나 작품이 끝난 뒤 그는 “이 작품이 제게 안겨준 게 너무 많아서 지금은 한 점의 후회도 없다” “‘스핏파이어 그릴’은 배우로서 자연스러운 변화를 가져다 준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 그녀의 음역대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미녀와 야수’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가늘고 예쁜 목소리는 이제 낮아지고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동영상으로 자신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며 “하나의 걸림돌을 지나긴 했지만 그 다음 것을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그땐 정말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