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별점리뷰] ‘뻥!’ 막무가내로 웃겨드립니다 연극 ‘막무가내들’
색다른 웃음이 대학로에서 빵빵 터지고 있다. 바로 코믹호러연극 ‘막무가내들’이 그것. 이 작품에 등장하는 천년 된 처녀귀신, 귀신을 쫒는 퇴마사와 저승사자, 그리고 사채회사 말단직원은 막무가내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이들로 인해 관객은 때론 무섬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공연 내도록 웃게 된다. 얼핏 보기에 코믹과 호러는 거리가 먼 듯 보인다. 그러나 그 거리감은 신선함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아울러 호러가 전통귀신들을 다루고 있어, 극 속에는 친근함도 묻어난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코믹호러연극을 통해 터지는 웃음은 관객의 십년 묵는 체증도 쑥 내려가게 한다.
웃음이 빵빵 터지는 박장대소지뢰 지수 ★★★★☆
코믹호러연극 ‘막무가내들’에는 웃음의 지뢰가 곳곳에 숨어 있다. 오로지 웃기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는 극작가 이주용의 말처럼, 이 작품은 ‘웃음’을 위해 존재한다. 때문에 극에는 웃음을 유발시키기 위한 몸짓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물론 불발탄도 있다. 웃음을 위한 설정임이 눈에 보이는데도 피식거리고 넘기게 되는 장면도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다음 밟은 웃음의 지뢰는 ‘빵!’하고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하니까. 온몸으로 웨이브를 추듯 울어대는 처녀귀신 김옥빈과 소심한 조폭 사채업자 박용우 그리고 귀신을 부른다고 사오정 같이 흐느적거리는 퇴마사 장필연 등이 열연을 펼치기 때문. 관객은 그냥 밟히는 대로, 터지는 대로 웃기만 하면 된다. 그 웃음소리에 스트레스도 ‘빵!’하고 날아가 버린다.
아날로그식 소극장의 묘미 ★★★☆☆
놀이동산에 있는 ‘귀신의 집’도 아닌데, 이렇게 귀신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3D, 아이맥스가 따로 필요 없다. 120석 정도 규모의 소극장에서 보이는 귀신의 땀방울과 물기어린 눈은 리얼 그 자체다! 때로는 귀신이 관객에게 다가와 등을 두드려 달라고도 하고, 말을 걸기도 한다. 무대세트는 또 어떤가. 한 눈에 들어오는 무대의 오른쪽에는 지푸라기로 가득한 외양간과 냄새만 안 나는 재래식 화장실이 있고, 무대 정중앙에는 발을 디디면 푹 꺼질 것 같은 낡은 나무마루가 있다. 그 왼쪽에는 폐가처럼 낡은 도르래가 달려 있을 법한 우물이 있다. 굳이 ‘호러’라는 수식어를 듣지 않아도,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이 극에서 귀신이 등장할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극에서 ‘호러’는 양념으로 쓰여, 귀신에 대한 무서움은 많이 희석돼 있다.
우당탕탕 좌충우돌 막무가내 지수 ★★★★☆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배짱이란 말인가. ‘공포’의 상징이었던 귀신들이 무서움은 한 겹 벗어 놓고, 웃음으로 관객에게 다가왔다. 등장인물들도 참 막무가내다. 서방님을 뵙겠다고 천여 년 이승을 떠도는 처녀귀신에, 귀신이 대출해간 돈을 받아내겠다는 사채업자에, 처녀귀신을 사랑해 직무유기 하는 저승사자에, 저승사자 일을 돕는 퇴마사에 이들의 고집은 당최 말릴 수 없다. 캐릭터들의 오버액션과 사회성도, 시사성도 없이 단순히 웃기기 위한 때론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스토리는 또 어떤가. 제목에다 대놓고 자신들이 ‘막무가내들’이라고 말한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멍석 깔아 놓고 한바탕 노는 사람들. 이들의 막무가내짓이 밉지 않은 건 그 속에 담긴 마음 때문이 아닐까. 누가 일상에 찌든 내 마음과, 스트레스로 지끈지끈한 머리를 위해 이렇게 애쓸 수 있겠는가. 공연장을 나갈 때, 관객들은 막무가내들이 웃음으로 ‘뻥!’하고 뚫어준 가슴에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정은승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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