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키치적인 영상과 컬트적인 스토리의 조합, '치어걸을 찾아서'의 송용진

송용진은 뮤지컬 ‘헤드윅’으로 잘 알려진 배우다. 무대를 즐길 줄 알고 폭발적인 에너지의 소유자. 우리는 그를 이렇게 기억한다. 그러나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에는 웃길 줄도 알고, 말‘할’ 줄도 아는 배우 송용진이 등장한다. 로맨틱뮤지컬이 주류인 대학로에 제대로 B급 취향의 반란을 일으킬 이 작품은 연출 겸 제작 겸 극본 겸 연기지도 겸 배우 송용진의 취향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확신컨데 “B급”이란 단어였다. 

홍대 앞 클럽에서 그것도 문을 열지 않는 월요일에만 근근히(?) 공연하던 인디 밴드의 콘서트형 뮤지컬이 대학로에 입성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공연은 무조건 웃겨야 제 맛”이라는 독특한 미적 감각의 소유자이자 ‘치어걸을 찾아서’에서 거의 모든 것을 맡고 있는 송용진은 “뻔하고 지루한 로맨틱코미디가 싫어”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 뮤지컬의 기본 베이스는 당연히 “이상한 B급 영화.” 그가 직접 만든 공연이니만큼 그만큼 신경써야할 것도 많다. “조명은 잘 되고 있나, 기계적으로 문제는 없나, 배우들이 실수하지는 않을까” 하면서도 “공연이 시작되고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나면 다시 공연을 즐기게 된다”고 전했다.

 사실 그가 한 작품 안에서 이렇게 다 역을 맡게 된 건 다재다능해서가 아니라 “인력도 돈도 없어서”였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욕심이 많고 또 이 공연 같은 경우엔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다 하게 됐죠.” 그럼에도 그는 힘들기 보단 즐거운 듯 보였다. 송용진은 “제가 즐겨야 관객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공연을 부담스러워하면 관객들도 똑같이 부담을 느끼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는 딕펑스라는 실존 밴드의 창작곡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룹 딕펑스는 이 작품에 수록된 넘버들을 모두 작사, 작곡했다. 동시에 그들은 이번 무대에 선원들로 출연하는 초짜배기 신인 배우들이기도 하다. 송용진은 딕펑스 밴드에 대해 “해적 소속 밴드 중에서 유일하게 앨범이 나온 팀이에요. 추구하는 음악이 펑크록인데 기타 없이 건반, 베이스, 드럼, 보컬로 이루어진 4인조 그룹이에요. 기타가 없어서 그런지 펑크록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이 굉장히 말랑말랑하고 밝고 귀여워요”라고 소개했다.

송용진 그도 뮤지컬로 관객들에게 보다 잘 알려졌지만 실제는 중학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해온 20년차 뮤지션이다. “음악이 와이프라면 공연이나 뮤지컬은 애인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저는 원래 음악 하던 사람이었고 뮤지컬도 음악을 하다가 우연하게 시작했다. 뮤지션으로 사는 게 기본이고 뮤지컬 공연 등 외적으로 다양하게 활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마흔이 되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 왠지 그 작품도 “B급 취향”을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제가 좋아하는 코드들이 대중들은 그닥 좋아하는 것 같진 않다. 그렇다고 제가 대중들을 위해 문화적 코드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 코드가 공유되는 분들하고 다 같이 나누고 싶다. 음악도 그렇고.” 그에겐 말줄임표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 모든 문장이 간결하고 야무지다. 그는 “대중적인 것은 그런 거 잘 만드시는 분들이 만들면 되고 저는 그렇게 만드는 순간부터 제 상상력은 깨질 것 같다”며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더 깊이 있게 만들었을 때 오히려 더 대중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밝혔다.  

우연찮게도 뮤지컬 ‘치어걸을 찾아서’가 공연되는 라이브 소극장은 과거 뮤지컬 ‘헤드윅’의 시즌1이 공연됐던 자리다. 초창기 때부터 좁은 소극장에 만석 채워가며 ‘헤드윅’을 공연했던 송용진은 “땀냄새 풀풀 풍겨가며 공연하던 그 때가 그립다. 지금은 큰 극장을 비롯해 좋은 환경에서 공연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때가 정말 ‘헤드윅’스러웠던 것 같다. ‘치어걸을 찾아서’도 ‘헤드윅’ 시즌1의 느낌,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움에 대한 떨림 같은 것들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를 믿고 선뜻 손을 내밀어 준 기획사에 대한 최대한의 보답은 그가 가진 ‘이 스타일’대로 흔들리지 않고 이 항해를 끝마치는 일일 것이다. “이 작품 처음 시작할 때부터 대표님하고 이미 쇼부 치고 시작했다. ‘이 공연 절대 대중적인 공연 아닙니다.’ 대표님도 어느 정도 취향이 맞으셔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 것 같다.” 그의 말이다. 

‘치어걸을 찾아서’는 분명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작품이다. 그는 “욕을 하셔도 좋으니 일단 한 번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정통 클래식 뮤지컬 좋아하시는 분들은 이 작품이 되게 싫어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런 코드가 잘 맞는 분들에게는 되게 재밌는 공연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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