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콩가루 집안에 부는 화해의 트로트 메들리,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여기 ‘뽕필’로 충만한 집구석이 있다. 집 나간 엄마는 함바집에서 식당일을 하고 하나뿐인 오빠는 가출 4년 만에 큐빅이라는 열여덟 살짜리 계집애를 데리고 돌아왔다. 아빠라고 있는 사람은 허구한 날 고발을 일삼으며 근근이 푼돈 받아 생활하는 비운의 가장이다. 왕년엔 둘째가라면 서럽게 가정폭력께나 행사했지만 ‘언제 컸는지도 모를’ 오빠의 방망이질 한 방에 나가떨어질 정도로 이제는 나이를 먹었다. 연극열전3의 세 번째 작품 ‘오빠가 돌아왔다’의 콩가루 패밀리 이야기다. 

이 작품은 소설가 김영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2004년 이산문학상을 수상하며 신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은 ‘오빠가 돌아왔다’는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 고선웅의 연출로 브라스 밴드의 경쾌한 음악과 댄스로 연극 무대에 귀환했다. 지난 9일에는 동숭아트센터에서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첫 시연회가 있었다.  

트로트 보단 세련되고, 대중가요보단 뽕끼 충만한 브라스 밴드의 연주로 시작되는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경쾌, 명랑, 유머라는 단어로 정리될 수 있다. 주말 저녁 드라마에서 보여 지는 스위트홈은 따뜻하고 안락했지만 어딘지 우리의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현실의 부모는 그들처럼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기 보단 ‘이년’, ‘저년’하며 잔소리와 일종의 폭력(?)이 선행되기 때문이다. “댁의 가정도 그러십니까?”라는 질문에 우리는 자신 있게 “아니오”라는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관객들은 따라서 공연을 보는 동안 마음껏 웃을 수 있고, 때론 안도의 숨을 내쉬거나 살짝쿵 짠한 감동도 느낀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이들의 운명이란 게 원래 미워 죽다가도 애처롭고, 물어뜯을 듯 싸우다가도 가슴 한 구석이 메이는 그런 거니까.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15살의 막내딸 경선의 시점에서 극이 전개된다. 15세의 여중생의 걸걸하고 상스러운 입담은 작품을 가볍고 경쾌하게 만든다. 이한위, 이문식이 연기하는 각기 다른 아빠 이봉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한위는 뻔뻔하고 이문식은 무능하다.  

작품성에 대중성까지 갖춘 원작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하고 연출까지 하는 일은 솔직히 부담스런 작업이다. 고선웅 연출은 “단번에 읽혔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오빠가 돌아왔다’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수성과 영감들은 브라스 음악과 역동적인 부분이었다”며 “그게 맞다면 사실주의적인 무대 공간이라든지 구조적인 것들이 들어오지 않고도 훨씬 단순한 상태에서 소설의 정수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작품은 무대도 나무 단상 몇 개로 뚝딱 만들어진다. 횟집, 함바집, 바다 등 공간적 제약이 있는 연극 무대에서 표현하기엔 너무 다양한 장소들이 등장한다. 고선웅 연출은 최소한의 것들만 표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사의 구조는 짜임새를 잃지 않았고 브라스 음악과 간간이 곁들여지는 댄스는 작품의 분위기를 좀 더 생생하게 전달한다.  

연극열전3의 세 번째 작품 ‘오빠가 돌아왔다’는 오는 5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한위, 선종남, 이문식, 김원해, 황영희, 민성욱, 이신성, 류혜린, 김다영 등이 출연한다.



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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