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랑소묘’로의 두근두근 소풍나들이,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의 김아영 ? 이성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할머니에게 들이미는 할아버지의 표정은 첫사랑을 고백하는 사춘기 소년의 풋풋함만큼이나 수줍고 사랑스럽다. 곱지 않은 할머니의 시선 끝에도 수줍음 가득한 소녀의 앳된 얼굴이 살포시 묻어나온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처럼 설렘으로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곱디고운 사랑 이야기를 김아영 ? 이성호 배우에게 직접 들어보았다.
▶ 환상 호흡 속에 숨겨진 연기의 고충
김아영 “역시나 나이의 문제겠죠. ‘사랑소묘’를 연습하면서 나이가 빨리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니까요. 간접 경험으로 표현하는 연륜에 한계가 있더라구요.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어서 꼭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해요. 좋은 부분은 역시나 연륜 가득한 사랑을 간접 경험하는 카타르시스인 것 같네요.”
이성호 “저 역시 제가 경험하지 못한 나이라 처음엔 다가가기가 굉장히 힘들었어요. 하지만 역할들을 통해 연기의 폭이 한층 더 두꺼워진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연출님께 너무 감사해요!”
▶ 얼척이 전라도 부부와 경상도 실버 커플, 그들의 사랑법
김아영 “전라도 여자도, 경상도 할머니도 다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인 것 같아요. 때로는 전라도 여자처럼 억척스럽고 긍정적이면서, 경상도 할머니와 같은 수줍음과 귀여운 모습도 있는 것 같구요. 저희 가족들의 영향을 조금씩 다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억척스러운 아줌마 역할을 할 때에는 이모를, 남편을 향한 깊은 신뢰와 정을 표현할 때는 부모님을, 유채꽃 같이 단아한 할머니를 표현할 때는 저희 외할머니를 떠올린답니다. 그런데 전라도 아줌마의 남편을 향한 끝없는 사랑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아요. 특히 ‘얼척송’을 부를 땐 ‘이런 남자랑 도대체 평생을 어떻게 사나, 나 같으면 절대 안 산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상대 배우를 극중에서 진심으로 사랑하고 신뢰하기가 힘들 때가 많아요.”
이성호 “전라도 남편은 저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아버지가 경상도분이신데,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지방색에서 빚어진 독특한 사랑법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할아버지의 경우 저희 할머니로부터 모티브를 많이 따왔는데요, 실제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극 속 할머니와 비슷하시고, 할머니는 극 속 할아버지처럼 자기 고집도 세고 욱하시기도 하시면서 귀여우신 면도 있으시거든요. 그래서 할머니를 많이 관찰했습니다. 두 캐릭터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더 이성적이죠.”
▶ Best of Best, 오색 사랑이야기의 최고봉은?
김아영 “굳이 제가 맡아서는 아니지만, 아니 그럴지도 모르지만, 마지막 할머니, 할아버지의 ‘황혼의 사랑’이요! 제 나이엔 상상하기도 힘든, 몇 십 년 만에 만난 첫사랑이기에 연기하기도 무척이나 힘들었던 사랑이지만 공연을 하면 할수록 깨닫는 것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사랑의 두근거림과 설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어요. 젊은 사람들의 사랑 못지않게 너무나 예쁘고 아기자기한 황혼의 사랑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이성호 “황혼의 사랑이요! 그냥 그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나이 들어서도 극 속의 할아버지처럼 자신의 사랑을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 ‘사랑소묘’를 강력 추천합니다!
김아영 “현재의 사랑과 과거의 사랑, 그리고 곧 다가올 미래의 사랑까지 아련함과 애틋함, 설렘을 맘껏 안고 가세요. 실컷 웃고 실컷 우시다 보면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실거에요.”
이성호 “무거운 발걸음대신 배우들과 함께 즐기겠다는 마음하나만 가지고 오시면 돌아가실 때 지금 가지고 있는 사랑에 따듯한 사랑 하나를 더 얹어드리겠습니다. ‘사랑소묘’로 더 예쁜 사랑 만드세요.”
박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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