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주크박스♬]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의 ‘아버지는 농부였다’
제주도 출신 리드보컬 인하가 진지하게 부르는 노래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가장 좋은 치료제 중 하나는 바로 음악, 뮤지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 역시 당연, 음악이다. 두 시간 남짓의 공연 시간 내내 당신의 가슴을 움켜쥘 뮤지컬 음악. 이 작품 속, 지나치기 아까운 명곡들을 [스테이지 주크박스♬]에 담았다.
♬기자의 수다
저는 지난 수요일(3월 10일) 8시 공연(캐스트: 김명선, 김하나, 박계훈, 윤정빈, 장인섭, 최두영)을 관람했습니다. 밴드 이름이 ‘비온뒤 비’라는 점에서 신선했고 20대의 방황과 청춘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습니다. 보통의 공연 무대보단 살짝 높고 기존의 객석 보단 가까운 아티스탄홀에서 장장 2시간의 ‘비온뒤비’의 콘서트가 진행됐습니다. 리더 후니 역의 박계훈 배우(극단 대표 겸 작)를 제외하면 모두 87년생, 올해로 24살이라는 사실에 ‘좋을 때군’ 하면서도 한편으론 대학 후배처럼, 동생처럼 생각되 기특하기도 하고 귀엽게 무대를 감상했습니다. 극 중 군대에 가는 지우와 2년 살러 ‘빵’에 들어가는 후니의 뒷모습은 묘하게 뒤틀리며 웃음을 주기도 했고요. 8시 땡하고 도착해 커플과 커플 사이에 끼어 있는 제 자리를 찾아 들어가는 과정이 좀 부산스럽긴 했지만 밴드 ‘비온뒤비’는 관객이 자리에 앉거나 말거나, 그렇게 첫 곡 ‘No力’을 연주했습니다. 역시 젊음이란, 뭘 해도 이렇게 상큼합니다.
♬‘아버지는 농부였다’는 어떤 곡?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 속 ‘비온뒤비’ 밴드는 지아의 가입 전과 후로 나뉠 수가 있습니다. 전이라 함은 우울하고 ‘거지’ 같은 세상에 한껏 독이 올라 반항심으로 가득했던 ‘후니시대’를 말함이요, 후라는 것은 특유의 발랄함으로 밴드를 큐트로 물들였던 ‘지아시대’를 말함입니다. 기타리스트 지우에 반해 드럼 오디션에 응시한 지아는 밴드에 가입하기 위해 이 곡을 연주합니다. 결과는 합격! 어쩌다 보니 ‘아버지는 농부였다’가 일명 ‘후니시대’의 종지부를 찍어주게 됐습니다. 가사도 ‘소고기가 / 협상한다’, ‘월남색시 / 참 예쁘다’ 등으로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멜로디도 빠르고 경쾌해 분위기 띄우기로도 최고인 듯 합니다. 공연이 끝난 후 앙코르를 외치는 당신에게 보컬 인하는 외칠지도 모릅니다. “파파~ 마이 파머 파파!”
♬‘아버지는 농부였다’의 뒷 이야기
‘아버지는 농부였다’는 말 속에 담겨진 뜻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직업을 기입하는 란에 쓰라고 있는 말은 아닌 듯싶은데 말이죠. 농부는 철저하게 땅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파종을 하고 시비를 뿌리고 때 맞춰 이앙도 해가며 출수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다 논이 황금빛으로 물들면 본격적으로 수확에 들어가는 것이죠. 쌀 한 톨을 얻기 위해 흘린 농부들의 땀은 그래서 어떤 대가보다도 정직할 것입니다. 이 곡 또한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땅을 딛고 서 있는 농부들의 두 단단한 발이 후니와 밴드의 분위기와 대조되면서 관객들에게 ‘할 말’ 하는 것이죠. 오프닝 곡으로 쓰인 ‘No力’이란 노래(거지같은 세상 해도 안되는 구나~ 지화자~♬)와 전혀 대조되는 분위깁니다. 지아가 들어오면서 ‘아버지는 농부였다’를 불렀으니 밴드의 분위기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포석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피크를 던져라’의 배우들과 대표는 소고기 파동이 일어났을 당시 촛불집회를 다녀오기도 했대요. 그곳에서 느낀 젊은 세대의 ‘즐거운 저항’이 어느 정도 영감을 주었나 봅니다.
♬‘아버지는 농부였다’ 가사 보기
개밥주고 / 논두렁에 / 가보면
이장님도 / 논두렁에 / 가자고
대학가면 / 논두렁에 갈까 말까
일흔 / 팔십 / 논두렁에 /
읍내 / 나가보면 / 읍는 게 읍네
뉴스 / 보다보면 / 쇼를 하네
파파 / 마이 파머 파파
누렁이가 / 밥 달랜다
파파 / 마이 파머 파파
경운기가 / 후진한다(생략)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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