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좀 놀아본 형님의 깨알 같은 대학 록밴드 수기,뮤지컬 '피크를던져라'의 박계훈(극단 PEAK 대표)

밴드 ‘비온뒤비’의 평균연령를 올리는 주범이자 언뜻 보면 직장인 밴드로 오인될 만큼 숙성된 비주얼을 갖고 있는 리더 후니 역에 박계훈 배우는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의 어엿한 작가이기도 하다. 과거 스쿨밴드의 전력이 있는 그는 5수 끝에 들어간 대학에서 학과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데모(?)와 록밴드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한다. 왕년에 좀 놀아본 경험이 있는 이 ‘형님’의 노하우는 후에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에 깨알 같이 재생되기에 이른다. 그가 학창시절 남들처럼 스펙 쌓기에만 열중했었다면 어땠을까. 지금보다는 100배쯤 안정된 생활이 보장됐겠지만 무대 위에서의 해방감. 짜릿함. 관객과의 소통, 그리고 사람들…이것들은 어쩌면 그의 몫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는 20대 젊은이들의 방황과 불완전함을 록음악과 드라마에 담아낸 청춘물이다. 한예종 출신 배우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만든 이 작품은 누구보다 대학생에서부터 사회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사랑 받고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공함할 수 있고 ‘콘서트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기 때문에 하루의 고단함을 스트레스와 함께 날려버릴 수 있는 장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성균관대 불문과를 11학기 만에 졸업하고 바로 한예종 연극원 공연기획실 제작감독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입사 후 첫 기획을 맡았던 작품이 ‘극단 돌곶이가 선보이는 창작뮤지컬’이었는데 그 때 선보였던 작품이 (지금은 대학로에서 롱런하며 흥행하고 있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쑥부쟁이’였다.  

“이 작품들이 다 잘됐잖아요?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그래서 쓴 작품이 ‘비온뒤비’(뮤지컬 ‘피크를 던져라’ 전신)예요.” 

작품은 썼는데 배우가 없었다. 그는 한예종 재학생 중 연기 되고 노래되는 애들을 찾아 작업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밴드 하자고 꼬셨어요. 이름을 ‘화이트아웃’이라고 짓고 콘서트도 2회 정도 했어요. 대학가요제도 내보냈었고요. 그리고 나서 대본을 보여줬죠. 이제 우리 이거 하는 거야(웃음)” 

상당히 지능적인 플레이다. 하지만 그는 작품 집필뿐만 아니라 실제 배우로도 출연해 멀티 플레이어의 면모 또한 보여준다. 밴드 ‘비온뒤비’의 리더 후니 역이다. 극 중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후니는 밴드를 결성하기 전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다 잘리고 사회의 불만세력이 된다. 밴드 내 독재를 일삼고, 한 마디로 갈등 그 자체라고나 할까.  

“제가 쓴 작품이다 보니 몰입하기 보단 그냥 제 자신을 보이면 됩니다, 참 쉽죠~잉? (웃음) 그동안 밴드를 해오면서 경험한 이야기다 보니 공감이야 두말할 나위 없죠. 다만 이것을 일반 대중에게 어떻게 표현할 건지가 관건입니다.” 

처음의 제목이 ‘비온뒤비’였던 만큼 지금의 ‘피크를 던져라’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초기의 작품은 말 그대로 사회비판적인 밴드가 그에 맞는 노래를 하면서 우울하고 암울한 스타일로 변주가 됐다. “공연 보러 온 사람들이 끝나고 다 소주 마시러 갔다나…….” 이에 그는 제목을 ‘피크를 던져라’로 바꾸고 코미디로 장르를 전향한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연출가인 이상우 연출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 스스로도 “배고프게 연습했다”고 할 정도로 연습은 ‘가난하게’ 진행됐다. 연습실 옆에 있는 나폴레옹이란 빵집을 두고 인하 역에 장인섭 배우와 “공연 검색 순위 50위 안에 들기 전까진 절대 가지 말자. 그리고 50위 안에 들면 아침에 신문 하나 사들고 나폴레옹 가서 에스프레소 마시며 다리 꼬고 앉아 있자”라는 농담을 나눴을 정도. 오늘 확인해본 공연 검색 순위는 65위였다. 

“홍대 클럽에 오셨다 생각하고 즐기시면 됩니다!” 

콘서트형 뮤지컬의 장점은 이게 콘서튼지 뮤지컬인지 헷갈릴 정도로 신나는 밴드 음악과 드라마가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특히 이 작품은 록밴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싹 풀릴 신나는 곡들로 넘버들이 채워진다. 박계훈은 ‘널 밝혀줄게’라는 곡을 베스트로 꼽으며 설명했다. “제가 작사 작곡한 곡이라 더욱 애착이 가요!” 

나이를 잊은 명랑함이 무대 위에서 펼쳐질 하루하루를 기대해 본다.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는 오는 4월 25일까지 대학로 아티스탄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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