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Factory.23] 우리 집에 왜왔니?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

‘연극열전3’ 세 번째 작품으로 까발려진 쑥대밭 가족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는 돌아왔는데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조용히 들어와도 무위도식하는 폭력가장 아버지와 시끄러울 판에 방년 열여덟의 ‘큐빅’을 데리고 왔다. 오빠가 큐빅을 데리고 돌아오자 난데없는 어머니도 돌아왔다. 온 가족이 다 모였더니 진정한 ‘막장’ 혹은 ‘콩가루’가 됐다. 살펴보니 이러하다. 알코올 중독에 백수, 남은 건 오기뿐이라 매일 얻어터지면서도 아들에게 덤벼드는 아버지(이봉조)가 있다. 남편이 꼴배기 싫어 집을 나간 후 ‘함바집’에서 절절한 쌍욕과 함께 동거하다 며느리 입성 소식에 앞치마 집어 던지고 집으로 귀환한 어머니(심수봉)도 있다. 가출 4년 만에 요란스럽게도 돌아와 입으로만 집안을 일으키고 있는 오빠(이경식), 그 오빠 따라 집에 들어와 눌러앉은 큐빅(하소연)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치의 놀람 없이 바라보고 있는 중학생 ‘나(이경선)’가 오합지졸 한 지붕아래 모였다.  

- 적과의 동침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원작 김영하의 동명소설과 마찬가지로 중학생 ‘나(이경선)’의 시점에서 그려지고 있다. 마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어린 변사 느낌이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화자가 천진했다면 이경선은 세상 물 좀 먹었고 모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태생의 비밀과 꼬리를 무는 복수, 재벌가의 아들과 딸들 등, 드라마 속 이야기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이 연극 역시 일반적 가족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그럼에도 관객은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되는데 이는 어이없을 정도로 뻔뻔한 캐릭터의 능청스러움에서 비롯된다. 소설 속 인물들은 연극을 통해 제법 잘 어울리는 옷을 입고 생생하게 살아났다. 텍스트 밖으로 걸어 나온 인물들은 관객의 눈치를 보지 않은 채 자신들의 ‘본능’에 충실하다. 아버지는 돌아온 탕자, 아들을 따뜻하게 맞아줄 마음은 애초에 없었고 ‘내 아들이 아니다’며 달려든다. ‘저런!’하는 사이 아들은 몽둥이를 들고 아버지를 두들긴다. ‘맙소사!’ 할라치면 아버지는 아들을 청소년 성매매로 고발한다. ‘헉!’ 짧은 신음이 이어질 때 딸은 ‘가장이 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돈, 둘째는 직업’이라며 아버지에게 훈계를 둔다. 이제 용돈 좀 쥐어주는 오빠가 가장으로 군림한다. 

- 알고 보니 가족

 작품 속에는 신문의 사회면에 나올만한 가정사가 태연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부끄러움도 없다.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의 구성원은 모두가 사회의 비주류, 하류인생들이다. 이 연극의 미덕은 하류인생의 이야기를 비참하게 눌러 앉히고 비꼬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함바집’ 육두문자의 달인과 고발전문 백수 부부, 가난한 환경을 딛고 성공하기를 꿈꾸며 독하게 공부할 꿈 따위 당연히 없는 딸과 '엄마'에게 기죽고 '아빠'는 무시하는 오빠까지, 이들은 상류를 꿈꾸지 않는다. 하류 중에서도 하류를 지향한다. 그들은 말투나 행동, 계급문제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자유롭다. 비운의 가족사에 대한 관객의 동정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과 최대한 동떨어져 있는 연극 속 인물들은 죄의식이 적다. 그럼에도 일말의 윤리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가족 없이도 그럭저럭 잘 살 것 같은 이들은 끝내 서로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한다. 연극은 이 집단을 이리저리 헤집어 쑥대밭을 만들었으나 어쩔 수 없는 가족애가 모두를 한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는다. 서로를 보면 욕하고 싶다가도 돌아서면 안쓰러운 연민과 애정이 숨어있다. 한쪽 손으로 삿대질을 하다가도 다른 손으로 어루만진다.  

- 결국은 연극

무대는 간결하다. 집과 방, 함바집, 다마스, 횟집 등 공간은 나무상자의 구조변화로 순식간에 완료된다. 원맨밴드가 연주하는 브라스 음악 역시 극의 심플함과 재기발랄함에 한 몫 한다.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며 빠르게 진행되던 극은 가족의 야유회 장면에서 인물들의 숨겨진 내면 드러내기를 시도한다. 그 지점이 갑작스럽지도 않고 감정의 과잉도 없다. 그러나 마냥 시니컬한 소설과 달리 대중의 심리를 의식한 눈물이 떨어지고 진부한 화해의 결말이 예상된다. 이제는 남들처럼 그럭저럭 살고 있다는 이경선의 부연설명 역시 허를 찌르던 냉소를 반감시킨다. 코믹 연극이 으레 그래야한다는 것처럼. 그렇다고 급작스런 신분상승이나 개과천선은 없다. 그저 그들의 삶을 이어갈 뿐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코믹 연기는 일품이다. 슬쩍 당신의 가정은 어떠냐고 묻고는 대답하려 돌아보면 모른 척 딴청피우는 이봉조가 오늘도 방망이를 휘두른다. ‘연극열전3’의 세 번째 작품 연극 ‘오빠가 돌아왔다’는 5월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