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별점리뷰] 조인성 같은 선배, 한효주 같은 후배?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되는 일 중 하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알고 보니 ‘못돼 처먹은’ 사람 없듯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보면 하나 같이 다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다.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에는 안으로 봐도 뒤로 봐도 친근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배우로서 가져야할 제1 덕목은 바로 이런 ‘사람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아닐까. 아래는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의 세 가지 매력 요소들을 꼽고 그에 대한 별점 지수를 매겨 본 것이다. 어느 신용카드 CF 카피처럼 작품을 만드는 수고란 ‘결코 별점으로 매길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부디, 용서하시길.
- 친근한 캐릭터, 매력적인 배우들 ★★★★☆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는 20살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고민들을 록음악과 적절한 위트에 녹여낸 작품이다. 따라서 대학 신입생들의 선호도가 특히 높다.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는 스무 살짜리 대학생이 기대하는 건 대부분 야무진 꿈들인 경우가 많다. 자유롭게 떠나는 배낭여행, 불합리한 것들에 대한 투쟁, 무엇보다 학과나 동아리에 조인성이나 한효주 같은 선후배 동기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로망. 하지만 현실은? 여행은 가고 싶지만 늘 돈이 없고, 불합리한 것엔 언제나 순응하며, 학교엔 지아 같은 신입생, 인하 같은 후배, 신이 같은 선배들이 있을 뿐이다. 무대는 그래서 더욱 친근하다.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내 친구, 아는 오빠, 동생들이 나와 연주를 하고 연기를 펼치는 것만 같다. 우리가 그들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알다시피 조인성은 군대엘 갔고 한효주는 바빠서 학교도 잘 못나올 게 뻔하다.
- 앙코르에 또 앙코르! 폭발적인 무대 매너 ★★★☆☆
아는 사람들은 안다.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는 단순한 뮤지컬이 아닌 ‘콘서트형’ 뮤지컬이라는 것을.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를 외치면 공연장은 곧바로 스탠딩 콘서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관객과 배우 모두 신이 나 뛰고 소리 지른다. 객석을 채우는 관객들은 대부분 지친 일상을 뒤로 하고 잠시나마 ‘꿈’을 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시궁창 같은 일상이라는 게 학교가 됐든 회사가 됐든 지긋지긋한 집구석이 됐든 사람이 아티스탄홀의 문을 열고 들어올 땐 어느 정도 이런 판타지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이다.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는 관객들의 이런 욕구를 100% 충족시킨다. 공연이 끝나도 앙코르가 그칠 때까지 노래를 불러 제낀다. 소리 지른다고 시끄럽다고 혼내는 사람 없다. 뛴다고 천장 무너질까 걱정하는 사람 없다. 그리니 관객들은 그딴 걱정 안드로메다에 맡겨 놓고 신나게 즐겨주시길. 배우들이 목이 터지든 말든, 힘이 들든 말든!
- 숨가쁜 개그의 러시, 매혹적인 개그의 대시 ★★★☆☆
웃겨야 산다. 웃기지 않으면 채널은 돌아간다. 1주 단위로 돌아가는 TV와 실시간 인터넷은 자극적이고 좀 더 신선한 웃음거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같다. 뮤지컬 ‘피크를 던져라’는 음울한 밴드 ‘비온뒤비’의 개과천선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순간순간 터지는 개그의 대시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대학 시절 실제로 밴드 활동 경험이 있는 리더 후니 역에 박계훈 배우(극단 PEAK 대표 겸 ‘피크를 던져라’ 작)는 초기 ‘피크를 던져라’를 본 관객들이 모두 “소주를 마시러 갔다”는 후기를 듣고 우울+진상 모드였던 작품 성향을 과감히 코미디로 전향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공연을 본 관객들이 더 이상 소주를 마시러 가지 않기 때문이다. 김사장, 형사, 찰리박 등 1인 10역을 소화하는 멀티맨의 등장이나 안 그럴 것 같은데 한 번씩 확 깨는 밴드 리더 후니나 요소요소에 웃음 포인트를 숨겨 놓았다.
글_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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