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in] 복수보다 아름다운 ‘용서’, 몬테크리스토 백작

누군가 말했다. ‘복수는 깊은 숲과 같다.’ 깊은 숲을 혼자 걷는 건 두렵고 외로운 일이다.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끝을 알 수 없는 불안감, 외로움. 얼마만큼 온 건지, 어디로부터 온 건지 그 흔적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오로지 앞만 보고 갈 뿐이다. 과연 이 숲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복수를 꿈꾸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그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냉혈한 표정을 지녔다. 긴장을 늦추지 않는 민첩함과 강렬한 눈빛, 감히 어느 누구도 쉽게 다가가기 힘들어 보인다. 길게 늘어뜨린 금장 붉은 귀족풍 의상은 백작이라는 높은 위상을 나타내는 동시, 그의 피 끊는 가슴을 반영한다. 한 때는 그도 사랑에 푹 빠진 순수한 청년이었거늘. 복수의 생각에 붙잡혀 그는 사랑하는 메르세데스도, 과거의 순수하고 착한 선원 에드먼드의 정체성도 모두 잊은 것 같다.  

복수를 행하는 사람은 없어도 복수를 꿈꾸는 사람은 많다. 어느 누구하나 복수의 속성을 모르는 이가 없다. 또 복수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는 인간의 마음에 복수심이 내제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모두의 꿈을 극의 현실로 실현한다. 관객들은 몬테크리스토의 작은 감정하나 하나를 이해하려 애쓰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복수의 끝은 복수다. 결국 복수는 되갚음의 반복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깊은 숲에서 빠져 나오는 통로는 ‘용서’ 뿐이다. 어느 필자는 말했다. 최고의 복수는 용서라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이미 맛봤다. 언젠가 찾아올 되갚음을 기다리는 불안감과 혼자라는 외로움, 허무함 임을. 그리고 그는 용서를 택한다. 이는 감옥에서 긴 세월을 보냈던 억울함, 사랑하는 메르세데스를 빼앗긴 분노 등이 모두 없었던 것처럼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다. 그래서 용서는 복수보다 쉽지 않다. 그는 용서를 통해 오히려 그동안의 피 눈물 나는 아픔과 상처를 훌훌 털어버린다.  

삶은 때때로 단조롭고 재미없게 느껴질 때가 많다. 속으로만 생각할 뿐, 실현되지 못할 때 특히 더 그렇다. 현대인들에게 타협적인 삶, 자제하는 삶은 어느새 미덕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몸은 되지만 마음은 되지 않는다. 그러자니 마음이 지친다. 실현되지 못한 복수심 때문이다. 이제 복수다운 복수, 참된 용서가 필요한 때는 아닌가?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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