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치명적인 옴므파탈의 두 남자, 뮤지컬 ‘쓰릴미’

두 남자의 파워 게임

뮤지컬 ‘쓰릴미’가 돌아왔다. 지난 2009년 세 번째 시즌을 마무리한지 꼬박 1년 만이다. 수많은 여성 마니아층과 재관람 관객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뮤지컬 ‘쓰릴미’는 무대, 캐스팅, 연출 의도까지 모두 바뀌어 돌아왔다. 이전 시즌에서 각각 그와 나로 출연한 적 있는 김무열과 최재웅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출 뿐만 아니라, 김재범, 조강현, 최수형, 최지호, 김하늘, 지창욱의 캐스팅으로 4색 4페어의 무대를 만나볼 수 있다. 

뮤지컬 ‘쓰릴미’의 특징은 단 두 명의 배우와 피아노 한 대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보통의 뮤지컬에서 MR은 오케스트라 반주에 맡기는 편이 보통인데 이 작품은 피아노 반주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그’를 뒤따른다. 피아니스트 신재영의 선굵은 연주는 두 남자의 복잡한 심리묘사와 애증으로 범벅된 그들의 관계를 단조롭지만 월광처럼 비춘다.  

- 두 남자의 앙상블

 뮤지컬 ‘쓰릴미’는 특히 여성 관객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여성들을 위한 남자들의 뮤지컬’이라는 표현이 생겨날 정도로 관객 대부분이 여성이다. 화려한 춤이나 의상 없이도 단 두 명의 남자 배우들은 ‘썰렁한’ 무대를 섬세한 심리묘사와 세밀한 감정표현으로 가득 채운다. 김재범, 조강현 페어는 특히 이 점에서 뛰어난 기량을 나타낸다. 본인들 스스로도 “무난한 게 장점”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대본에 충실한 이들 페어는 관계 속의 권력과 뒤틀린 애정을 담백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으로 재현해 낸다. 이종석 연출 또한 자신이 생각한 인물들에 가장 가까운 페어로 김재범, 조강현 페어를 뽑기도 했다. 

- 두 남자의 권력 관계 

이 작품은 동성애와 살인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떠안고 있지만 연일 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30번 이상 50번까지도 관람했다는 마니아들이 등장했을 정도다. 뮤지컬 ‘쓰릴미’는 관계로 보는 비극, 파워 게임에 의한 심리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누가 누구를 조종하는가?’라는 포스터의 카피처럼 서사는 두 주인공들의 환경과 상황 이기적 동기에 의한 계약 관계를 통해 힘의 논리와 비극을 보여준다. 두 남자 사이에 오가는 심리가 주 스토리라인을 이룰 정도로 관객들은 끝까지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 두 남자가 서 있는 무대 

이전 시즌에서 무대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피아노가 2m 상공 위로 배치됐다. 미니멀하고 상징적이었던 무대도 버려진 창고라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나무와 소파 같은 오브제를 설치해 기존의 동선과 조명 등 전체적으로 수정, 보완됐다. 특이할만한 것은 배심원석이라고 이름 붙여진 무대 위 관객석이다. 관객들은 ‘나’의 일곱 번째 가석방 심의가 진행 중인 무대를 바로 양 옆에서 관람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핀 조명을 사용해 독백으로 처리되는 ‘나’의 진술과 34년 전 두 남자의 범행 현장이 자연스럽게 교차되면서 이질적인 ‘나’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포인트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