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자의 자격! 연극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

여보세요, 이건 코미디에요!
세 명의 평범한 주부들의 일상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졌다. 남편들이 대형냉장고에 갇히게 된 것. 여자들은 이를 두고 남편을 죽이느냐 살리느냐에 기로에 선다. 연극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는 이러한 절묘한 상황을 속도감 있게 풀어나가는 이야기로 1999년 초연돼 지금까지 브로드웨이를 비롯해 다양한 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극작가 미쉘 로우의 데뷔작이기도 한 ‘더스멜오브더킬’의 한국버전으로 올해 창단 22주년을 맞는 극단 로뎀의 하상길 대표가 연출을 맡아 완성했다. 서갑숙, 이연희, 조경숙의 안티러브코미디라는 달콤살벌한 부제가 붙어있지만 이 작품의 장르명은 ‘코미디’로 정리된다.  

- 대중문화 속 아줌마들의 반란
최근 10년을 돌아볼 때 대중매체를 장악한 핫 키워드 중 하나는 ‘아줌마’다. 박미선, 이경실, 김지선 등 인생의 잔뼈가 굵은 줌마테이너들의 거친 입담은 몇 년 전부터 드라마, 예능 버라이어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뽀글머리, 지하철에서의 거친(?) 자리싸움, 화통한 목소리 등 집안 살림에만 매여 있던 아줌마들은 어느 순간부터 이 시대의 독립된 주체로서 자기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워킹맘, 몸짱아줌마 등의 신조어 역시 마찬가지다. 아줌마들은 무식하고 무능력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주체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니키, 몰리, 데브라로 대변되는 연극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 역시 결혼생활이 기쁨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세 여자를 통해 우리 시대 아줌마들의 갈증이 무엇인지 나타낸다. 

서갑숙은 6년 만에 이 작품을 통해 연극무대에 복귀했다. 서갑숙, 이연희, 조경숙이 보여주는 아내들의 반란은 결국 “이름을 잃어버린 이 시대 아줌마”들의 이야기다. 유능한 편집장이지만 남편의 횡령죄로 인해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강요 속에 있는 니키, 아기를 원하지만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는 남편 때문에 내연남을 만나는 몰리, 부동산중개업자인 남편에게 꽉 쥐어 사는 데브라까지 어디에도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곳하나, 사람하나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하 냉장창고에 우연히 갇힌 남편들을 꺼내줄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아내들이 기상천외한 토론을 벌이는 가운데 숨겨진 결혼 생활의 비밀들이 폭로된다. 이 과정은 매우 코믹하게 처리된다. 세 여자는 투표에 의해 결국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된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은 질문한다. 그녀들은 과연 행복해졌을까.  

연극 ‘남편이 냉장고에 들어갔어요’는 우리 시대 ‘아줌마’들의 행복론을 이야기한다. 오는 6월 27일까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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