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슴 속 가장 큰 외침! 연극 ‘여보, 고마워’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어 결혼을 결심하는 연인들, 하지만 막상 결혼해 살다보면 눈에 씌웠던 콩깍지가 벗겨지며 사랑보다 정으로 산다는 여느 부부들의 말이다. 결혼 전 ‘허니’라고 부르던 사람을 결혼 후 ‘웬수야’라고 부르게 된다는 것이 바로 결혼생활. 이혼을 하자니, 아이들이 걱정되고 참고 살자니, 아내의 어깨엔 무거운 짐이 가득하다.
연극 ‘여보, 고마워’에는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뒤 바뀐 채 살아가는 가족이 있다. 철부지 전업주부 남편 ‘준수’. 그는 6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하며 집안일을 도맡아한다. 이런 남편으로 인해 슈퍼맘이 돼버린 아내 ‘미영’, 그리고 아빠가 이상형인 8살 딸 ‘지원’까지 이들은 단란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시보다 더 높은 또 하나의 위기가 찾아 왔다. 남편의 위암말기 선고판정! 남편은 아내에게 든든한 가장이자 딸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빠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다.
- 진하디 진한 가족애, 공감 형성 100%
지난해 뮤지컬 ‘친정엄마’로 ‘엄마 신드롬’을 일으켰던 고혜정 작가의 또 다른 가족 이야기 연극 ‘여보 고마워’가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고혜정 작가가 자신의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와 당시 남편이 아내 고혜정 작가에게 보낸 편지들을 묶어 2006년 발간한 에세이 집을 원작으로 직접 각색한 한편의 가족이야기다. 그녀는 이 작품에 실제로도 남성 전업주부가 증가하고 있는 현 시대의 가족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대사를 봐도 현실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다. “남편들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세 가지만 명심하면 돼. 첫째, 따지지마. 둘째, 불평하지마. 셋째, 까불지마!” 등. 이뿐만이 아니다. “사실 처음부터 남편을 웬수라고 부르진 않았어요. 자기야, 허니, 반쪽 그랬는데 살다보니 호칭부터 바뀌더라고요. 인간아~ 웬수야~로”. 이러한 대사들을 부부라면 한번쯤은 생각하고 말했을 법한 대사들이기에 대사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 다양한 캐릭터로 감동이 두 배!
이 작품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남편, 아내, 딸, 통장아줌마, 남편과 아내 친구,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등. 하지만 유독 눈에 띄는 캐릭터가 있다. 옷 사이로 나온 뱃살에 웃음보따리 넣고 다니는 이웃집 통장아줌마. 남 일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고 입이 가벼운 그녀의 말은 천리를 간다. 특히, ‘준수’ 가족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통장아줌마의 모습은 우리 옆집 아줌마의 평범한 모습이다. 또 며느리와 절대로 친해질 수 없는 고부지간, ‘시’자 들어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정이 깊어도 남이라고 했던가. 시어머니가 집에 와계신줄 모르고 밥을 해놓지 않은 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댔다가, 오히려 호되게 잔소리를 듣는 며느리의 모습도 여느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오직 내 편인 한사람, 친정엄마다. “난 내 새끼 눈에서 눈물 안 빼고, 내 새끼 얼굴에서 웃음 꽃 피는 거 그거면 돼”라고 말하는 친정엄마. 항상 딸이 걱정되고 안쓰러운 전형적인 우리들의 친정엄마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때로는 웃음을, 또 때로는 눈물을 글썽이게 만든다.
- 극의 정답, ‘있을 때 잘해~’
극이 후반으로 달려가면서 아내는 남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옆에 있을 땐 소중함을 몰랐던 당신인데, 남편이 위암 판정을 받은 후 항상 옆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져 오는 아내다. 때로는 친구처럼, 오빠처럼, 늘 그렇게 자신의 옆 자리를 지킬 줄만 알았던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생각만 해도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고혜정 작가는 극 중 위암말기의 판정을 받은 ‘준수’의 생사를 관객의 몫으로 남겨 놨다. 그리고 극은 말한다. ‘옆에 있을 때 잘하라고’.
가까이 있기에 그 소중함을 잊은 채 살아가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바쁜 일상에 지쳐 잠시 잊은 것뿐이라는 핑계를 대기 전 눈을 감고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들과 연극 ‘여보, 고마워’를 보며 그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감동을 전하는 이 시대의 대표 가족이야기 연극 ‘여보, 고마워’는 오는 8월 21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_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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