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리뷰] 연애에 관한 발칙한 ‘훈남들의 수다’
보고만 있어도 훈훈해지는 매력남들이 여심들을 사로잡기 위해 왔다. 연극 ‘훈남들의 수다’는 ‘훈남’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이미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다가 그들만의 발칙한 성(性) 담론이라니.
이 연극은 실험적이고 리얼리티가 높다. 무대에서 실제로 와인을 마시고, 심지어 막걸리를 섞어 마시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정말 술일까 의아하지만, 빨갛게 달아오르는 배우들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약간은 모험적인 이 연극은 ‘훈남들의 수다’ 라는 제목과 같이 수다로만 극이 이어진다. 스토리 없이 대화만으로 극을 진행시킨다는 점에서 다른 연극들과 차별화 되고 충분히 색다르다. 제목에 충실한 이 연극은 말 그대로 수다일 뿐 선명한 주제나 틀은 잡혀 있지 않다. 이것이 이 연극의 가장 강점이자,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이어지는 기나긴 수다에 조금은 극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모, 직업, 매너까지 화려한 스펙을 갖춘 네 명의 30대 남성들은 와인바를 그대로 재연한 무대 위에서 하나둘씩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관객들은 마치 그들과 함께 실제 와인바에 앉아 있는 듯 한 착각과 생생함에 더욱더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집중하려든다. 그들이 연기하며 실제로 와인을 마시는 장면은 리얼리티를 살렸으나, 취기로 인해서인지 잦은 대사 실수를 종종했다. 그러나 그것이 더욱 인간적이었을까, 아니면 훈남들이라 여성들은 관대했던 것일까. 객석에서는 그들의 혀꼬인 담론에 웃음을 던졌다.
이 연극에서 매력있게 느껴진 사람은 ‘엄정은’과 ‘태기’다. 우선 유일한 홍일점인 소믈리에 ‘엄정은’은 매력적이다. 그녀는 무언가 비밀이 있는 듯 신비하고 섹시하다. 극 도중에 그녀는 바(bar)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쓴다. 그녀가 쓰는 글은 무대 상단에 걸린 커다란 TV 모니터로 보여진다. 그 와중에 무대 위에서는 네 명의 훈남들 수다는 끊이지 않는다. 관객들은 그녀가 무엇을 쓰는지 모니터에 집중한다.
또한 ‘태기’의 오바스러운 연기도 극의 재미를 더했다. 쇼호스트인 ‘태기’는 네 명의 훈남들중 유일하게 유부남이다. 그는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못하는 피곤한 자신에 대해 한탄한다. 그는 쉴새 없이 오는 아내의 전화에 바쁘게 움직였다. 그가 던지는 실없고 우스운 대사들에 관객들은 웃었고, 공감 했다.
이 연극을 다 보고 나면 와인을 마시고 싶어지는 생각이 든다. 그들과 같은 훈남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들의 옆 테이블에서 편안한 수다를 훔쳐 들은 듯 한 이 연극은 나온씨어터에서 8월 22일까지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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