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믿음직스러운 그! 뮤지컬 ‘트라이앵글’의 배우 최재웅

소설가를 꿈꾸며, 매일 밤 노트북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자.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창문 밖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큰 소리 한 번 못 지르는 트리플 A형! 하지만 언젠간 자신의 이름을 건 소설책을 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는 이 남자는 뮤지컬 ‘트라이앵글’의 주인공 김도연이다. 매일 밤 도연이 되어 무대에 서는 배우 최재웅은 뮤지컬 ‘쓰릴미’ 이후 전혀 다른 캐릭터로 분해 관객들을 찾는다. 그는 “제가 많이 안했던 스타일의 작품이고, 국내에 많이 소개가 안된 일본 작품이라는 점이 끌렸어요. 영상으로 일본 공연을 봤는데 ‘형식’면에서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라고 작품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뮤지컬 ‘트라이앵글’은 연극열전3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일본 원작을 갖고 있지만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1974년 일본에서 초연된 후 1988년까지 무려 14년 동안이나 사랑 받았다. 일본 특유의 과장된 표현들이 번안되는 과정에서 많이 삭제가 됐고, 그 빈 공간은 한국 정서에 맞는 새로운 무언가로 채워졌다. 최재웅은 “이 작품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은 일본 정서를 우리 식으로 바꾸는 작업이었어요. 코미디 코드가 다르다 보니까, 예를 들어 일본사람들은 일상적인 표현들을 굉장히 과장되게 반응해요. ‘아 그래?’해도 되는 것을 ‘소~’하면서 크게 받아치는 식이거든요. 그게 우리나라로 넘어오면 다 밋밋해지고 작아지는 거예요.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죠. 작품 안에서 배우들이 만화적일 정도로 과도하게 행동하거나 큰 몸짓을 보여주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에요”라고 전했다.

 

따라서 관객들의 호응도나 반응 역시 중요하다. “어제 공연은 정말 힘들었어요. 무대에 서 있으면 집중도가 느껴지거든요. 저희가 집중하는 만큼 관객들이 얼마나 저희를 보고 계시는지 말이에요. 어제는 좀 축 쳐진 느낌이랄까? 그럴수록 저희는 더 공을 들여요. 저희한테 다시 집중하실 수 있도록, 관객들에 따라서 수위를 맞추는 거죠.”

 

뮤지컬 ‘트라이앵글’은 도연, 영이, 경민이라는 세 인물이 우연히 한 집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믹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우리시대 2030 젊은이들의 비애를 유쾌하게 담았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아무래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다보니까, 이 작품이 ‘쓰릴미’처럼 사람을 죽이거나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사는 얘기 하는 거라서, 소소한 이야기 거리들이 관객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공연을 본 제 지인들도 그렇게 말씀하시고요.”

 

소극장 무대의 장점은 관객과 배우들이 서로에게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최재웅은 “관객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무대와 객석의 벽을 허무는 ‘형식’ 자체가 너무 좋아요. 무대 위에 있는 저희를 보고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여주면 저희도 또 반응을 하고, 그런 것들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또한 “일방적인 관람은 재미없지 않느냐”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을 꿈꾼다”고도 덧붙였다.

 

주크박스 뮤지컬답게 이 작품에는 귀에 익숙한 넘버들이 등장한다. 이기찬의 ‘헤어지니’, 신성우의 ‘꿈이라는 건’ 등이 그것이다. 배우 최재웅은 뮤지컬 ‘트라이앵글’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Your Song’을 추천했다. “첫 노래가 제일 좋아요. ‘Your Song’이라는 곡인데 원래 좋아했었거든요. 제가 가장 재밌게 봤던 영화 중 하나가 ‘물랑루즈’인데 거기 삽입곡이에요. 마침 오프닝도 ‘Your Song’이라서 되게 좋았어요.”

 

애드립처럼 보이지만 실제 대본에 있는 대사를 말하고, 현실에는 없을 법한 과장된 인물들이 등장하는 뮤지컬 ‘트라이앵글’은 그래서 더 톡톡 튀는 제 색깔을 갖고 있다. 인터미션 포함 2막짜리 원작을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 안에 맞추기 위해 배우와 연출가의 추가적인 고민이 덧입혀 만들어진 이 작품은 오는 9월 26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2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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