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피터팬을 꿈꾸다!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어른이 되면서 하나 둘 책임져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 대학을 진학하고 회사에 취직을 하면서부터 어렸을 적 친구들과의 연락도 점점 뜸해졌다. 바쁘게 사는 것이 미덕이 된 시대에 ‘잉여’ 인생이 된다는 건 끔찍하다. 모든 것이 우리를 더 높은 곳, 더 큰 꿈을 꾸라고 재촉한다.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이 모든 것을 역행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앨빈과 토마스는 팍팍한 일상에 내리는 단비처럼 우리 기억 속 가장 소중했던 순간으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더 자극적이고 죽여주는 이야기를 찾는 요즘, 보기 드문 착한 뮤지컬이다.

 

- 동화로 안내하는 앨빈의 날갯짓


무대는 토마스의 기억, 비밀스러운 방이다. 그가 글자를 읽을 수 있게 된 시점부터 경험한 모든 기억이 차곡차곡 저장돼있다. 죽은 친구 앨빈의 송덕문을 쓰기 위해 고향을 찾은 토마스는 그곳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한다. 토마스는 소설가가 꿈이다. 앨빈은 맥심 따위 잡지보다는 한 마리 나비 날갯짓에 더 관심이 있다. 그리고는 말한다. “나비의 날갯짓이 날씨를 바꿀 수 있대, 더 큰 우리는 어떻겠니!” 제도권을 따라 착실하게 학습해온 토마스와 ‘또라이’ 앨빈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토마스가 바빠질수록 앨빈의 서운함도 커진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슬픔과 불행, 고독을 인정하는 일이다. 그것들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 않는다. 돈도 벌었고, 매력적인 애인도 있고, 사회적으로 성공도 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공허하다.
죽은 앨빈은 토마스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 그는 언제나 토마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였다. 앨빈으로 인해 무대는 동화적 상상력으로 채워진다. 일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사건을 바라보면 안보이던 것도 보이는 법이다. 앨빈의 시선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영원히 제3자의 입장에 선 앨빈은 토마스에게 해답을 찾는 열쇠를 쥐어준다. 그것은 곧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 류정한, 이석준의 핑퐁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류정한과 연극계 베태랑 배우 이석준의 조합은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깔끔하고 젠틀한 이미지의 토마스와 자유분방하고 어린아이 같은 성격의 앨빈이 대조되면서 작지만 따뜻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둘의 우정 역시 그들만의 색깔을 그리며 빛난다. 추억의 힘이다. 작품은 ‘목욕가운’, ‘나비’, ‘눈사람’, ‘크리스마스이브’ 등 사소하지만 소중한 기억들을 한 장의 포토로 인화해놓았다. 평소 절친한 사이기도 한 류정한과 이석준의 연기 호흡 역시 조화롭다.

 

- 아기자기한 무대와 소품


동화적 감성이 가미된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무대 위에 거대한 책방을 꾸며 놓았다. 그 책들엔 토마스의 이야기, 앨빈의 이야기, 그리고 둘 다 나오는 이야기가 기록돼있다. 현실과 기억을 왔다갔다하며 전개되는 액자식 구조는 이를 배경으로 더욱 흥미롭게 진행된다. 무대의 전체적인 색감도 노랗고 주황빛의 따뜻한 톤이다. 공연 막바지엔 동화책에서 빠질 수 없는 꽃가루 또한 흩뿌려 주시니 착한 뮤지컬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셈이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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