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가 달라졌다? 연극 ‘오감도’ 연출 위성신

연출가 위성신이 연극 ‘오감도’로 돌아왔다. 그동안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락시터’, 연극 ‘늙은부부이야기’, ‘염쟁이 유씨’ 등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작품에 비해 다소 어둡고 무거운 주제다. 100년 전 폭풍처럼 살다 간 시인 이상(李箱)의 이상과 (理想)과 이상(異常)이라는 재밌는 말장난도 부제로 붙었다. 전작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가 변한 걸까. 31일 오전 그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실 이 작품은 위성신이 15년 전 써놓은 작품이다. 당시 대중적인 작품 보다는 실험적인 작품을 좋아했던 그는 평소 좋아하던 작품을 토대로 대본을 쓰기 시작한다. “꼭 한 번은 이상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극 ‘오감도’는 이상의 일대기라기보다는 2010년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연극 ‘오감도’는 이상의 동명 연작시와 ‘날개’라는 그의 소설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그 사이사이에 2010년 현실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연출자의 의도가 드러난다. “예술가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크게 부딪치는 부분이 생활고예요.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창작과 현실 사이에서 큰 갈등을 겪고 있어요. 옛날 이상과 같은 예술가나 지금 우리 시대 예술가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상(李箱)은 1910년부터 1937년까지 짧은 인생을 살다 갔다. 이름이 알려진 여느 예술가들처럼 그의 인생 역시 유명세에 반비례한 고독과 외로움으로 점철됐다. 타지 일본에서 폐병으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는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침묵만큼이나 두려웠을 것이다. 연극 ‘오감도’는 이상의 삶을 자전적으로 풀어놓지만 탱고 리듬의 경쾌하면서도 진중한 이미지를 사용해 어둡고 무거운 색채를 상쇄시킨다. 위성신 연출은 “탱고 음악은 우리나라 판소리처럼 한을 갖고 있어요. 무거운 듯 밝고, 밝은 듯 무거운 경계를 갖고 있죠. 그런 한의 정서가 ‘오감도’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유럽쪽 보다는 남미쪽 탱고를 주로 사용했어요”라고 밝혔다.

 

최근 대학로에 로맨틱코미디나 웃기는 연극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연극 ‘오감도’는 다소 실험정신이 다분한 작품이다. 위성신 연출은 “대학로의 전반적인 추세가 상업적으로 가고 있어요. 전작들 역시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했었죠. 하지만 창작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작품도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연극 ‘오감도’는 그런 문제제기와 동시에 우리 삶의 문제와 고민들을 말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의 결정체이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상이라는 인물과 그의 작품들을 관객들이 너무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과거를 살다간 인물이지만 그를 통해 현대 인물로서 보여지길 바란다는 위성신 연출은 “껄껄 웃는 코미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관객들을 불편하게 할 수 도 있어요. 하지만 진지한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무거우면서도 매력있는 작품으로 다가갈 거라고 생각해요.”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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