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람다운 배우가 되고 싶다, 연극 ‘아유크레이지?!’의 배우 이규인

배우 이규인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독특한 개성을 지녔다. 괴짜처럼 곱슬거리는 파마머리는 극 중 진부한 박사를 곧바로 연상시키기 충분했다. “더욱더 진부한 박사처럼 보이고자 머리 스타일을 바꿔보았어요”라며 개구쟁이처럼 웃는 그는 천상 배우였다. 캐릭터와 하나 된 모습인 배우 이규인은 흰 가운 대신 편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이었다.

 

스물여섯의 상큼발랄한 그는 대학 졸업 후 첫 작품을 하게 됐다. 같은 학교 출신의 작가 겸 연출가의 권유로 함께 공연을 하게 된 그가 극단에 들어온 것은 2개월 정도다. 신인인 만큼 소극장에서의 공연이 전무했다. 그렇기에 관객과 눈 마주치는 것조차 어색했던 때가 있었다. “제가 공연장에 왔을 때 놀란 것은 관객과 거리가 아주 가깝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관객들의 눈을 피했죠. 하지만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지금은 점점 자신감을 찾아서 관객과 눈을 잘 마주친답니다.”

 

연극 ‘아유크레이지?!’는 정신병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해프닝을 그린 작품으로 그와 같이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각 장면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이 연극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빵 터지는 개그코드로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원래 이 작품의 공연 날짜는 9월 26일까지인데 반응이 좋아 오픈런으로 갈 예정이에요.”

 

고등학교 때 댄서의 꿈을 키웠던 배우 이규인의 두 눈은 열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열정이 강해요. 고등학교 때는 정말 미친 듯이 춤을 연습해서 몸이 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연기에 대한 열정의 뜨거움은 몇 도일까?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처음에는 연기를 쉽게 봤어요. 춤을 췄기에 관객들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죠. 그냥 대사도 말하듯 내뱉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쉽게 연기에 접근을 했는데, 하면 할수록 쉽게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죠. 저는 정말 시작 단계예요”라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극중 ‘완벽하고 체계적인 진료’에 대해 욕심 부리는 진부한 박사처럼 배우 이규인도 연기에 있어서는 욕심이 많았다. 이번 연극을 하면서 모든 것을 새로 배우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그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다져 더 높게 비상하기를 꿈꾸고 있었다. “진부한 박사를 연기할 때 정신병 환자보다 더 미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진부한 박사는 흔히 말하는 정상인이고, 하물며 정신과 박사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평범하게 체크하고 진료하는 모습은 코믹극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파마도 했어요”라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하나씩 사소한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 무거운 소재를 코믹극으로 그려낸 연극 ‘아유크레이지?!’는 관객들에게도, 배우 이규인에게도 많은 배움을 주는 작품이다. “작가 겸 연출님도 처음엔 소재가 무거워 비극 쪽으로 갈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이것을 재미있게 풀어보는 게 어떨까 해서 코믹극으로 하게 됐죠. 연극 ‘아유크레이지?!’는 사람 사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 작품이에요. 현대 사회를 말하는 것은 애매하고 참 어려워요. 사람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과 잣대로 정신병이라고 판단을 하는것일까요? 심한 경우에 격리수용까지 하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요절복통 쉬지 않고 달리는 뮤직드라마인 만큼 이 연극을 많은 웃음과 함께 즐겨달라는 이규인. 단순한 웃음만이 아닌 현실을 되돌아보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공연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마냥 개구쟁이 같고 밝은 배우 이규인이지만 혼자 있을 때는 생각이 많고 진중한 점이 많다고. 그런 그에게 롤모델을 물어봤다. 개구쟁이답게 곧바로 “히스레저? 어젯밤에 영화 ‘다크 나이트’를 봤거든요, 하하하.” 다시 생각에 잠긴 그가 “저는 배우 조승우를 좋아해요. 뮤지컬 노래를 연기적으로 풀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잘 전달하시는 것 같아요. 홍광호도 좋아해요!”라며 조금은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저에게는 엄청난 선배님들이신데 롤모델이라기 보다는 좋아하는 배우이고요. 지금은 저만의 스타일을 찾는게 먼저 아닐까요?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라며 “저는 사실 뮤지컬도 엄청 하고 싶어요. 노래 연습도 하고 있어요.” 배우 이규인은 목소리가 참 좋다. 지금의 열정과 꾸준한 자기 관리가 있다면 뮤지컬 배우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꿈에 솔직하고 당당한 배우 이규인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유명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중적으로 유명한 것도 좋지만 이쪽 분야에서 유능한 전문인이 되고 싶어요. 연기에 대한 기반이 잘 잡혀 있어야죠.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 진실 되고, 사람다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매력을 주체할 수 없는 배우 이규인, 그는 인간적이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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