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당신을 위한 에로틱 텐션! 뮤지컬 ‘록키호러쇼’

오리지널팀의 무대로 만나볼 수 있는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컬트문화의 효시라 할 만큼 기괴한 스토리와 싸구려 B급 취향의 등장인물들로 채워진다. 올해로 38년이나 된 노장뮤지컬이지만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열광시키는 힘은 아직도 펄펄하다. 주인공 프랭크 역에 후안 잭슨은 풍부한 성량과 타고난 무대센스, 그리고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로 그 마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키기에 충분하다. 뮤지컬 ‘록키호러쇼’ 오리지널팀의 무대는 말 그대로 에로틱, 호러, 쇼를 총망라시킨 다이내믹 선물세트다.

 

무대는 음탕하고 괴기스러운 프랑크의 대저택. 이곳에서 오늘밤 그들만의 파티가 벌어진다. 코러스 역할을 하는 네 명의 유령, 꼽추 리프 래리, 프랑크를 사랑하는 찢어지는 음성의 콜럼비아, 리프 래리의 여동생 마젠타, 그리고 프랑크의 이상형이자 그가 만들어낸 창조물인 록키는 모두 금방이라도 일을 저지를 것 같은 환각에 취해 춤추고 노래한다. ‘단지 여자 옷 입는 걸 좋아하는 것뿐일’ 프랑크는 망사레깅스에 여성란제리 차림이다. 등장인물 그 누구에게서도 정숙함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음탕해지고 싶어요’, ‘꿈 꾸지마, 행동으로 보여줘’ 등의 가사는 뮤지컬 ‘록키호러쇼’만의 색깔이 짙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맑은 음색과 경쾌한 멜로디에 어울리는 가사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본능에 충실한 프랭크에겐 무엇보다 정직한 고백이다. 우리 주변에서 불과 2마일 떨어진 곳에 이런 광기의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니.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흐르면 관객들 역시 깨어난다. 무대는 누군가의 무의식의 발현이다. 체면도 체통도 근엄함도 이곳에서는 모두 ‘회초리’감이다. 직관을 믿고 행동하는 것만이 곧 진리다.

 

스토리는 말 그대로 싸구려다. 약혼자인 브래드와 자넷은 결혼소식을 전하러 은사를 찾아가는 길에 폭풍우를 만난다. 자동차 고장으로 근처 성에 들어가 전화 한 통화만 빌려 쓸 생각이었다. 꼽추 리프 래리의 속사포 같은 유혹에 넘어가 비를 피하러 성 문으로 들어간 브래드와 자넷은 그곳에서 프랭크와 로키를 만난다. 동성애, 양성애, 살인, SF 등 기막힌 소재와 장르를 버무려 놓은 뮤지컬 ‘록키호러쇼’는 누군가의 꿈을 따라 전개되는 스토리 같다. 황당무계하지만 꿈이라면 모든 게 용납된다.

 

오리지널 내한 팀의 강점은 무엇보다 완성도다. 앙상블과 주연 배우들의 노래와 춤은 박수와 환호를 받기에 합당했다. 특히 프랭크 역에 후안 잭슨은 연출가 리차드 오브라이언에게 ‘퍼팩트’ 프랭크라는 찬사를 받을 정도로 완벽했다. 서툰 한국말로 쇼맨십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복적인 리듬의 유명한 넘버인 ‘타임 워프’의 매력이 충분히 살지 못했다는 점, 한국인 내레이터를 사용해 중간 중간 흐름을 끊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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