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배우에겐 가혹한 관객에겐 즐거운 코믹쇼 ‘로미오&줄리엣’ 시즌2

매 공연 주인공이 바뀐다면 배우들이 갖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어느 정도일까. 자칫하다가는 쫄쫄이를 입고서 소품만 나르다 극이 끝날 수도 있다. 주인공이 되려는 배우들의 몸짓은 눈물겹다. 주인공은 단 2명! 배우는 관객의 눈에 들기 위해 갖가지 개인기를 선보이며 자신을 주인공으로 뽑아달라고 애원한다. 마술부터 애교, 팽이 돌리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배우들은 애간장이 녹지만 개성 넘치는 여덟 배우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는 관객은 즐겁다.

 

- 탄탄한 스토리에 더해진 웃음

 

세기가 지나도 사랑받는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 그의 작품 ‘로미오&줄리엣’이 코믹과 더해져 새롭게 재탄생했다. 탄탄한 줄거리 위에 덧대진 웃음은 극을 더욱 편안히 관람할 수 있도록 해준다.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바랐던 관객에게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신선한 것을 원하는 관객에게 더없이 좋은 연극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진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이 공연은 개성 만점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등장한다. 꽃거지 로미오, 웨이터 로미오, 보디가드 로미오, 연하남 로미오와 호박씨 줄리엣, 팜므파탈 줄리엣, 무개념 줄리엣, 킬러 줄리엣 총 8명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인다. 멋진 로미오와 우아한 줄리엣은 없다.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날 공연의 줄거리도 바뀐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은 다 죽는다는 관념까지도 깨부순다.

 

- 영원한 주인공은 없다

 

마음에 들었던 주인공의 연기가 시원찮다 싶으면 다시 바꿀 수도 있다. 지금 주인공이었다고 끝까지 주인공일 수 없는 것. 배우들은 주인공이 돼서도 좌불안석이다. 관객의 눈 밖에 난다면 쫄쫄이를 입고 무대에 서야 한다. 그래서인지 배우들과 관객의 호흡은 하나다. 관객에게 쉴 새 없이 자신을 어필하는 배우의 넘치는 에너지 탓에 무대는 폭발할 것만 같다. 배우는 슬랩스틱, 언어유희 등 하이개그부터 로우개그까지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관객을 웃긴다. 웃기지만 극의 흐름은 흐트러지지 않고 잘 이끌어간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속삭일 때 어색하지 않다. 공연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지만 셰익스피어의 비극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관객에게 인지시켜 준다.

 

- 쫄쫄이와 무대의상의 차이

 

주인공이 바뀌면 의상도 바뀌는 것이 당연지사. 관객은 주인공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쫄쫄이를 입은 모습에 폭소를 터뜨린다. 또한 쫄쫄이를 입고 소품을 옮기던 두 배우가 멀끔한 옷으로 환골탈태한 모습 역시 흥미롭다. 한순간에 주연과 조연이 바뀌는 이 연극은 배우들의 몰입도가 남다르다. 쫄쫄이를 벗어 던지는 동시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변신한다. 자신이 1막에서 주인공이었다고 해서 지금의 쫄쫄이 신세를 망각하지 않는다. 조연으로서 주연배우를 확실히 받쳐준다. 주인공이 탐나긴 해도 다른 배우를 깎아내리지 않는다. 한순간도 흥미롭지 않은 틈이 없던 코믹쇼 ‘로미오와 줄리엣’은 마지막도 신선하다. 극이 끝난 줄 알았는데 어느덧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이 등장한다. ‘우리를 선택했다면 이런 공연이 됐을 것’이라고 넌지시 알려주며 다음은 자기를 뽑아달라고 끝까지 자신을 어필한다. 코믹쇼 ‘로미오&줄리엣’ 시즌2는 고전과 코믹 그리고 배우들의 열정이 만나 관객에게 맛있는 공연 한 상을 차려 낸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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