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it] 코스모폴리탄 건어물녀의 비애, 生음악극 ‘도시녀의 칠거지악’
고흐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1888, 유화)를 배경으로 세 여자가 보인다. 가운데 여자가 포도주를 두 손에 들고 동시에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른다. 사람들은 보통 무언가 답답한 일이 있거나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일이 있을 때 술의 힘을 빌린다. 이미 와인 병은 반 이상이 비어있다. 그들의 표정은 무언가를 분출하는 듯하다. 무엇이 예쁘고 똑똑한 그녀들을 숨 막히게 하는지 말하기 시작한다.
포스터 속의 세 여자는 도시에서 거주하며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커리어우먼이다. 화려한 화술로 멋들어지게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거나 아이디어가 좋아 회사에서 초고속 승진하는 그런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를 상상했다면 미안하지만 아니다. 그런 건 TV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일일뿐 현실은 그렇지 않다. 1분 1초를 다투며 출근전쟁에서 턱걸이로 통과하는 신세에 회의 시간엔 늘 상사의 눈길을 피하기 바쁘다. 코스모폴리탄, 갈수록 진화하는 세계 속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점점 갈 길을 잃고 방황 중이다. 이렇게 가끔 술의 힘을 빌어서라도.
그런 현실에 반해 포스터는 고흐의 그림을 배경으로 선택했다. 반짝반짝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환한 불이 켜져 있는 까페의 테라스는 여유를 즐기는 유럽의 여름밤을 연상케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정치를 논하고 온갖 가십거리들을 생산해냈을 어느 작은 도시의 까페 이미지와 세 여자의 외침이 교묘하게 교차되며 21세기 대한민국 여성들의 생존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골드미스, 엄친딸, 동안열풍, 명품‘빽’ 등 요구하는 건 많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피로, 그것뿐이다.
밖에서는 화려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파자마 차림의 여성들을 가리키는 ‘건어물녀’는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다. 모든 것이 공해다. 회칠을 한 듯 도시의 건물들이 희붐하다. 포스터 속의 세 여자는 마치 그렇게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生음악극 ‘도시녀의 칠거지악’은 온 세상이 나를 ‘루저’로 몰아넣는 가운데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찾고자 분투하는 33살 도시녀들을 7가지 에피소드로 그려냈다. 그것은 때론 유쾌하지만 동시에 눈물겹기도 하다. 곧 당신의 비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꺄!”
극단 서울공장의 ‘66일, 소리와 몸ㆍ짓ㆍ展’ 페스티벌의 첫 시작을 알리는 표지이기도 한 生음악극 ‘도시녀의 칠거지악’은 9월 24일부터 10월 24일까지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