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프리뷰] 황혼 빛 가슴앓이,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의 역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뮤지컬로 찾아온다. 짝사랑의 열병을 앓고 난 뒤 작가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2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공간과 시대를 초월해 사랑 받아왔다. 최초의 베스트셀러, 누군가의 마음을 뒤흔든 역작. 고작 200페이지를 웃도는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세상이 변해도 사랑만큼은 변하지 않는다는데 그 한결같은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만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연모의 정만큼 가슴 저릿해지는 일이 또 있을까.
베르테르는 젊고 건장한 청년이다. 그만큼 혈기도 왕성하다. 건강한 남자가 매력적인 여자에게 호감을 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발하임의 무도회에서 만난 롯데는 그런 의미에서 베르테르에게 안성맞춤의 여자였다. 그녀는 활발하고 생기가 넘쳤다.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의무감도 투철했다. 베르테르는 그녀를 자신이 만날 수 있는 100퍼센트의 여자라고 확신했다.
베르테르는 우연히 롯데를 도와주고 사랑의 심지에 불꽃을 당긴다. 그녀는 감사의 표시로 베르테르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책과 푸른 리본을 선물한다. 짝사랑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저지르는 최대의 실수! ‘그녀’ 역시 나의 마음과 동일하리라,는 착각이다. 베르테르는 이를 사랑의 징표로 오해하고 열정적인 사랑에 사로잡힌다. 사랑은 행복한 감정이다. 그녀를 생각하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모든 일이 다 잘될 것만 같다.
그러나 롯데에겐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었다. 알베르트가 돌아오자 롯데는 뛸 듯이 기뻐한다. 베르테르는 롯데가 그립고, 롯데는 또 다른 누군가 알베르트를 그리워한다. 사람의 감정이란 때론 끝없는 수열처럼 일방통행이다. 짝사랑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상대방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베르테르도, 젊은 괴테도 바로 이 지점에서 못 견디게 사무치는 격정을 견뎌냈어야 했다. 유난스럽게도 감성적이었던 사람이 감당하기에 실연의 상처는 너무 아릿하고, 아름답지만 가혹했다.
모든 것이 ‘젊어 한 때’다. 사랑할 수 있을 때 빠져봤던 경험은 어쩌면 인생의 경륜을 깨닫는 일에 한 몫 했을 것이다. 어렵게 마음을 고백하지만 작별인사만을 고하고 떠나는 롯데. 친구처럼 지내던 농노 카이즈마저 유부녀와의 사랑에 실패하자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당하기에 이른다. 낭만적이고 깊은 감수성의 소유자였던 베르테르는 롯데가 곧 구원이었다. 그녀를 잃은 베르테르는 결국 이 모든 비극을 권총자살로 마무리한다.
농도 짙은 심리 묘사로 이 작품은 단숨에 유럽 전역에 화제의 책으로 떠올랐다. 당시 베르테르가 즐겨 입었던 노란색 상의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될 정도였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살하는 이른바 ‘베르테르효과’가 번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비난도 받아야만 했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인의 독자를 사로잡으며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왔다. 명불허전. 책으로만 만나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이제는 눈으로 확인하자. 오는 10월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송창의, 박건형, 민영기, 임혜영 등이 출연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