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컷 위로받고 가세요, 뮤지컬 ‘빨래’ 주인할매 역 배우 조민정

달동네 주인할매는 신신 당부 한다. 방 값은 꼬박 꼬박, 전기와 물은 아껴 쓰고! 말투 중간 중간 구성지게 욕도 섞는다. 깐깐한 할매처럼 보이지만 세 들어사는 나영이의 아픔을 진심으로 위로 해줄 줄도 안다. 할매에게도 말 못할 아픔이 있다. 장애를 가져 40살이 되도록 집 밖에 한 번 나와 보지 못한 딸, 그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뮤지컬 ‘빨래’의 주인할매는 이처럼 험한 세월을 이겼다. 뮤지컬 ‘빨래’에서 주인할매 역을 맡은 배우 조민정은 올 해 서른 둘. 그녀는 굴곡 많은 할머니 역을 충실히 소화하며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고 있다.

 

“처음 주인할매 역을 맡을 때는 겁이 났어요. 나이 차도 많이 나서 할 수 있을까 의심도 됐죠. 하지만 관객으로서 할머니 장면을 보면서 많이 울었고 감동을 받았어요. 이 역할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하겠다고 결심했죠.”

 

그녀는 주인할매 역을 소화하기 위해 할머니들을 연구하는 것은 물론 극 중 역할처럼 박스를 주우러 다니기도 했다. “박스를 주워서 연습실까지 걸어오는데 너무 창피했어요. 연세가 드셔도 창피한 마음까지 없진 않으실 텐데 하면서 할머니들의 마음을 이해했죠. 박스를 바라보는 할머니들의 시선이 젊은이들의 시선과 다르다는 것도 느끼게 됐어요. 오로지 할머니들만 계속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관찰하고 연습했어요.” 

 

그녀의 노력은 ‘진정성 있는’ 주인할매가 되기 위함이었다. 배우 조민정은 연기에는 진정성이 담겨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진정성을 담지 않은 연기는 사람들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슬픈 연기나 웃는 연기나 공감을 얻어낼 수 없죠. 주인할매의 아픔과 나영이에게 위로 해주고 싶은 진정한 마음으로 연기해야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 조민정은 연극 ‘사랑에 관한 다섯가지 소묘’, ‘술집’,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동그란 얼굴 덕분에 주로 순한 역할만을 맡아온 그녀는 배우 김혜자, 이순재처럼 오랜 기간 연기하는 것이 꿈인 천상 배우다. “아직 악역을 못해봤어요. 해보고 싶은 역할도 많죠. 무엇보다도 오래도록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배우로서 행복한 건 오래도록 불리어지고 오래도록 연기 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뮤지컬 ‘빨래’는 서울살이하는 소시민들의 삶을 담아내는 창작 뮤지컬로 17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관람했다. 제4회 뮤지컬 어워드 작사상, 작곡상에 빛나는 작품의 넘버들은 관객들이 이 작품을 많이 찾는 이유다. 그녀는 “집에서 쉴 때도 공연의 넘버들을 흥얼거리게 되요. 극 중 넘버들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감격했어요. 뭉클하고 슬프더니, 개운한 느낌까지 주더라구요. 노래일 뿐인데 지친 삶에 완벽히 위로가 되는 걸 보고 정말 좋은 곡이구나 했죠” 전했다.

 

그녀는 극 중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9년째 서울살이를 하고 있다. 이에 뮤지컬 ‘빨래’에 더 많은 애착이 간다. “인생살이, 서울살이 하면서 힘든 날들이 너무 많잖아요. 최선을 다해서 그런 분들을 위로 해드리고 싶어요. 관객들이 뮤지컬 ‘빨래’를 통해 실컷 위로 받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을 위로하는 뮤지컬 ‘빨래’는 지난 7월부터 오픈런으로 대학로 학전그린소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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