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당신을 위한 개념찬 멘탈케어 시스템, 연극 ‘닥터 이라부’ 연출 이종훈

정신과의사 이라부, 그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나려면 냄새나고 어두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아야 한다. 한 칸씩 아래로 향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의구심이 든다. 대체 왜 이런 곳에 신경 정신과가 존재하는가. 도착한 곳에서 만난 의사 이라부를 만나면 한 번 더 놀란다. 모든 상식을 깨부수고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극중 이라부에 대해 연출 이종훈은 말한다. “책속에 있는 이라부의 모습이 느껴지셨나요? 이라부 역에 ‘구도균’이란 배우가 꼭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하얀 하마, 백돼지에 딱 어울리죠 하하.”

 

연극 ‘닥터 이라부’는 유명한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다. 그만큼 연출에 대한 부담이 있을 법도 하다. “원작에 대한 부담이 있긴 있습니다. 책을 보면서 매우 재미있었거든요. 책에서 글로 읽었을 때 상상하면서 살아나는 재미있는 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것을 살리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작은 공간에서 세트전환을 하고, 움직이며 보여주기 때문에 아무래도 배우들이 고생했습니다. 배우들이 극을 많이 살렸습니다”라며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지난 2007년 초연부터 개성 있는 캐릭터와 한국 실정에 맞는 각색으로 큰 사랑을 받은 코믹극이다. 이종훈 연출은 ‘닥터 이라부’의 초연 연출은 아니다. 원작을 읽고, ‘이라부 이양반, 참 재밌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해서 꼭 이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이 작품은 스트레스를 떠안고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이 강박증을 극복해 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 말라는 충고와 큰 웃음을 담아 마음의 해방도 안겨준다.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은 말 못할 강박증을 앓고 산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그런 모든 이에게 작은 치료제다. 연출 이종훈은 “저도 고3때쯤 약간의 강박증 비슷한게 있었습니다. 길가에 있는 선들을 못밟았습니다. 밟으면 큰일이 나는거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항상 피해다녔습니다. 나중에는 금들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게 됐습니다”며 농담을 던지듯 웃었다.

 

‘버라이어티 메디컬쇼’를 표방한 연극 ‘닥터 이라부’는 뮤지컬이니 연극이니 하는 형식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한다. 연출 이종훈은 연극 ‘닥터 이라부’가 단순한 연극이 아닌 다함께 즐기는 쇼가 되길 바랬다. “이 작품은 세 개 에피소드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때문에 에피소드 별로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 제가 어떤 연출관을 더해서 하기보다 그 메시지를 최대한 잘 전달하자는 것이 주 목표였습니다. 극의 전환 등이 다른 공연들이랑 다릅니다. 색다른 쇼의 개념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쇼에 충실하기 때문에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하나의 관람 포인트다. 그러나 애드리브 같은 쇼맨십은 다 약속된 것들이다. 검증되고 합의된 것만을 거쳐 보여준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이 작품 속에서 그는 단연 카리스마 절정인 간호사 ‘마유미’를 최고로 꼽았다.

 

“모든 캐릭터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마유미’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원래는 마유미가 펑크정신으로 무장된 간호사입니다. 펑크에 대한 정의를 아세요? 일반인들은 잘 모릅니다. 단순히 대중적으로 봤을때 ‘락!’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습니다. 원작 그대로 가지고 오기 보다는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다 보니 ‘락!’ 이런 쪽으로 갔습니다. 락커처럼. 그런데 요즘 ‘이라부’가 물이 올라서 치고 오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하하”

 

연출 이종훈이란 이름보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작품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연출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연출을 잘할 수 있는 작품이 있고, 잘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나쁜 자석’이나 작년 연말에 했던 연극 ‘마지막 20분 동안 말하다’ 같은 경우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연출플랜을 제출해 경합을 벌인 뒤 제가 하게 됐습니다. ‘닥터 이라부’ 같은 경우는 경쟁 없이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잘 될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잘됐으면 하고, 잘 만들고 싶은 작품입니다”

 

연출 이종훈은 관객들이 ‘닥터 이라부’를 보고 이 공연은 이런 공연이었구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겠다는 부담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에는 아주 이상한 병에 걸린 특이한 케이스의 직업을 가진 사람 조폭 강철근, 여성들이면 누구나 한번쯤 가져봤을 자뻑증상을 가진 여자 이혜리, 마인드 컨트롤 하며 ‘참자, 참자’ 하고 살아가는 억눌린 샐러리맨 김선남이 등장합니다. 모두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이들을 보며 나도 남들처럼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난 연인끼리 와서 웃으며 스킨쉽을 하며 친해지는 효과가 있고, 어르신들도 오셔서 ‘젊은 친구들이 하는 연극인데도 재밌다’고 느끼면 그것이 그에게는 연출하는 의미이자 행복이다. 이 작품은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관객은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은 이라부의 정신과 환자가 되어 웃고 운다. 그러면서 모두는 치유 당한다. 연극 ‘닥터 이라부’는 감동의 치료제이자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따듯한 손이다.

 

글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