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리뷰]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연극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

자신의 몫을 감당해야 하는 삶을 부여받은 존재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그 어려움은 누구도 예외가 없다. 연극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는 숙주의 몸에 붙어사는 기생충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살을 부대끼며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잔잔한 어투로 들려준다.

 

배경은 부산의 한 대학 기생충학연구실이다. 서울에서 전근 온 연구원 진일과 그의 아내 리은, 한 연구실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어 온 동환과 용희, 그리고 석사 1년 차 채욱이 등장한다. 다섯 명의 배우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평범한 관계들을 묘사한다. 그들은 서로 직장 동료이거나 가족이다. 관객들은 숨죽여 배우들의 연기에 몰입한다. 들여다보니 보통 사람의 일상이란 게 일을 하고, 아는 것을 말하고, 지루해질 때쯤 농담을 던지는 일이다.

 

- 우리는 과연 자립해서 살 수 있는가

 

반드시 숙주라는 매개체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기생충은 어떤 면에서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다. 인간 역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끝없이 가족과 친구, 연인에 의지해 살아간다. 정작 옆에 있으면 귀찮고 짜증이 나다가도, 그래서 심한 말을 하고 상처를 주면서도 뒤돌아서면 후회가 되고 안 보이면 허전해 찾는다. 하지만 또다시 처음 것을 반복한다.

 

리은과 진일은 부부지만 함께 공유할 만한 것이 없다. 생물학을 전공한 리은은 기생충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별 무리 없이 지내는 진일과 달리 서울생활에 익숙한 리은은 부산이 낯설고 갑갑하기만 하다. 작은 노력으로 리은은 진일의 연구실에서 조교 채욱에게 기생충학 수업을 받기 시작한다.

 

연극은 이 두 부부와 세 연구원의 관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연구실 직원들은 진일과 리은 사이에 어색한 기운이 감도는 순간 적당히 눈치껏 행동한다. 그 마음에는 상대방을 향한 배려가 숨어 있다. 주인공들은 기생충에 대해 저마다의 철학적 견해를 내놓는다. 기생충은 숙주의 몸에 붙어살기 때문에 숙주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 다양한 생각이 오고가는 사이, 자신과 일밖에 몰랐던 진일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책임감이다.

 

진일이 살기 위해선 리은이 필요하다. 기생충과 다를 바 없이. 연극 ‘이번 생은 감당하기 힘들어’는 기생충의 생존방식을 통해 인간관계의 핵심을 꿰뚫어 본다. 어디서부터가 연극의 시작이고 어디까지가 연극의 끝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적인 상황 연출이 돋보인다. 관객들이 입장하는 순간에도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가 이미 진행 중이다. 마치 연극이 끝나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는 것처럼 연극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진일과 리은의 삶은 이어져왔으리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무대는 닳고 달은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어느 한 지점에서 관객들을 마주한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기생충에 관해 늘어놓는 이야기는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그들이 일상 언어로 말하는 기생충학 속에 작품이 주고자하는 메시지를 꽂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일이 변화하는 과정을 관객들에게 이해시키기에는 그들의 말이 조금은 불분명하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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