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짝사랑에 아파본 적 있는가, 연극 ‘시라노 드 베르쥬락’

서랍 속을 뒤지다 우연히 옛 사랑에게 받은 편지들이 눈에 띄었다. 몇 년을 그 속에 있었는지 색깔은 제멋대로 변해버렸다. 한결같지 않은 농도와 찢어진 흔적, 누런 색깔은 편지에 담아둔 깊이와 시간을 얘기해준다. 포스터의 색감이 꼭 서랍 속 빛바랜 편지지를 연상시킨다. 사람의 머리, 얼굴, 옷까지도 모두 누렇게 만들어버렸다. 타버린 듯한 윗부분은 이 포스터가 누군가가 받았던 빛바랜 편지지가 맞다고 말해준다. 그 편지지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까?

 

포스터 속 그의 표정은 암흑이다. 얼굴색도 유난히 어둡다. 참담함, 진지함, 분노, 슬픔, 좌절 한가지로 표현할 수 없이 뒤섞여 있다. 그의 뒤로 보란 듯 아름다운 남녀의 사랑이 그려진다. 그의 표정은 남녀의 행복함과 대비돼 더욱 두드러진다. 그의 근심을 가득 담고 있는 눈빛에서 무언가 응시하고 있음을 눈치챈다. 분명 저 행복한 남녀와 그는 무언가 관계가 있다.

 

근심하는 그 남자의 이름은 시라노다. 당대 최고의 검객이자 시인, 음악가지만 유별나게 크고 긴 코를 가진 자신의 추한 외모때문에 사랑하는 록산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록산느는 미남 청년 크리스티앙과 사랑에 빠졌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 대신 아름다운 시구가 담긴 연애편지를 써주며 록산느를 매료시킨다.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가고, 시라노의 아픔 또한 계속돼 간다.

 

연극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고전극으로 여러차례 영화로도 제작됐다. 최근 국내 개봉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재기넘치는 대사, 절묘한 상황이 주는 재미와 낭만으로 인스턴트 사랑이 넘쳐나는 시대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안석환이 시라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연극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오는 10월 22일부터 11월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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