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따뜻한 감성의 표현, 뮤지컬 ‘영웅’

그의 얼굴이 포스터를 가득 채운다. 영웅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었던 안중근의 모습이 지극히도 평범하다. 얼굴을 뒤덮는 노란색은 그를 인자하게도, 혹은 슬프게도 보이게 한다.

 

그는 100년 전에 죽었다. 수많은 장르를 통해 환생한 안중근은 감성이 메마른 자리라면 어디든 피어나 우리시대를 아우르고 어루만져왔다.

 

포스터는 직선을 사용해 군더더기를 덜고 안중근이라는 한 인물에만 집중한다. 왼쪽 상단에서 때리는 조명 때문에 오른쪽은 짙은 명암이다. 우리나라의 빛과 어둠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경계선에 서 있던 안중근의 삶이 노곤하게 녹아져있다.

 

실감나는 리얼리즘보다 추상을 선택한 뮤지컬 ‘영웅’의 포스터는 하지만 어떤 실사보다 강한 임팩트를 안겨준다. 노란색과 붉은색 그리고 검정색은 선명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이 포스터가 하나의 작품으로서 예술성을 획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각조각 갈라진 영웅이라는 두 글자는 작품의 정체성을 함축하며 세련되고도 진중하게 무게중심을 잡는다. 작품의 설명은 단 한 문장으로 끝난다. ‘뮤지컬 역사상 가장 빛나는 영웅을 만난다!’ 그 말처럼 이 작품은 지난해 개막 당시 창작뮤지컬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관객과 평단에서 고루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영웅’은 단지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위인의 일대기가 아닌 창작뮤지컬의 자존심이다. 그의 성장이 곧 우리나라 공연계의 성장이다. 오는 12월 4일부터 2011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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