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통 코미디 ‘스카펭의 간계’로 보는 우리 희극의 역사
서강대 메리홀에서 프랑스 정통 코미디 연극 ‘스카펭의 간계’가 공연된다. 유럽에서는 셰익스피어와 나란히 고전의 가치로서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우리나라 대표 코미디 전문 극단 수레무대가 서울문화재단 지원작으로 17년 만에 무대에 올리면서 우리나라 희극에 대한 뿌리를 찾아보고 조망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유럽 정통 코미디 ‘스카펭의 간계’는 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할 수 없는 처지의 젊은이들을 위해, 결혼이 이루어지도록 꾀를 자아내는 하인 스카펭. 그리고 그 스카펭의 재치와 계략에 농락당하는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다.
단순한 내용의 줄거리지만 ‘스카펭의 간계’가 고전으로서 가치를 평가 받고 있는 데는 작가 몰리에르가 그의 작품 안에 시대를 뛰어넘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인간의 보편성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몰리에르는 이 작품 안에서 연극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꼬메디아 델 아르떼’라는 공연 형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양식은 ‘기술을 가진 코미디’란 뜻 외에도 ‘직업적인 배우들의 연극’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찰리 채플린이 감독 겸 배우였던 것처럼 몰리에르와 셰익스피어는 작가이자 연출자, 그리고 배우였다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후 유럽에서는 18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코미디 작가나 배우들이 등장했는데 그 대표적인 인물로는 프랑스의 유명한 마임리스트 삐에로 ‘마르셀 마르소’가 있고, 최근에는 영화배우로 유명한 로빈 윌리엄스 역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을 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 우리나라 희극(코미디)의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는 조선시대와 그 이전을 통틀어 가면극이나 인형극 혹은 남사당을 포함한 연극적 형태들 대부분이 희극적 놀이였다. 궁중에서 이루어진 예도 있었으나 대부분 장터나 축제의 장이 그 무대였기 때문에 내용은 서민의 애환을 녹여줄 풍자나 해학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우리의 연극적 놀이형태의 역사가 곧 희극의 역사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일제시대로 들어가면서부터 현대연극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까지 수많은 창작 희극 작품이 양산됐는데 한국을 대표할 만한 희극작품으로는 오영진의 ‘시집가는 날’과 60년대 박조열의 ‘토끼와 포수’가 대표적인 창작 희극 중 하나다. 이후 80년대까지는 코미디를 전문적으로 연출하거나 코미디만을 전문으로 하는 연극연기자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도 국립극단 연기자 서희승씨나 한때 개그맨으로도 유명했던 맹구 이창훈씨, 이인철씨 등이 코미디연기자로 각광을 받아왔고, 90년대 이후로는 코미디 전문극단인 수레무대의 김태용과 프랑스 르꼭학교의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임도완 등이 코미디 연출자로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코미디 연기자들로서는 백원길, 김동곤 등이 있다.
최근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에는 코미디가 32%, 연극 29% 음악 17%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코미디는 현재 세계적인 추세다. 에딘버러가 종합 예술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장르보다 코미디가 강세임을 보여준 것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코미디 극에 대한 지지가 그리 두드러져 있지 않다. 국내의 코미디 페스티벌은 현재까지 3개가 있었는데 그 중 창원코미디아트페스티벌의 모태인 진해코미디페스티벌이 2007년에 발족되었고, 2008년도에는 거제코미디페스티벌이 1회로 마감되었다. 그리고 2005년 명작코미디페스티벌로 출발한 서울지역의 코미디 축제는 2010년 제1회 대학로코미디페스티벌의 모태가 되었다.
1980년대부터 국내 코미디를 연구해온 우리나라 대표 코미디 전문 극단 수레무대의 김태용 연출은 “희극이라면 일반배우들도 어느 정도 연습해서 소화할 수 있겠지만 코미디의 참 맛인 리듬과 템포 등을 중시해야 하는 코미디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 기간의 훈련은 필수이기 때문에 코미디전문연극학교를 통해 훈련된 연기자들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번 2010년 대학로 코미디 페스티벌을 포함해 서울시 연극페스터벌에 적절한 국가적 지원과 시민들의 호응도가 우리나라 코미디 연극을 발전시키는데 관건이 될 것” 이라고 그 바람을 덧붙였다.
2010년 제1회 대학로코미디페스티벌은 2010년 10월부터 2011년 2월까지 한국 공연예술센터,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및 3개관에서 실시되며 극단 수레무대의 ‘스카펭의 간계’ 외에도 극단 실험극장의 ‘휘가로의 결혼’, 연희단거리패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유럽 정통 코미디 ‘스카펭의 간계’는 11월 9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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