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한다, 연극 ‘유츄프라카치아’

인간처럼 온전히 고독한 존재가 또 있을까.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관심 받고 싶어 안달 나 미쳐버리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관심 받지 못하면 인간은 철저히 공허하고 권태롭다. 외로움에 지친 사람 중에는 혼자가 편하다고 스스로 자신을 자위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엔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따듯한 손으로 얼어버린 손을 마주한 온기 앞에 무릎꿇어버리기 십상이다. 사람의 감성은 흐르는 강물처럼 메마르지 않는다. 여린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꾸준한 손길이 인간의 삶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법이다. 우리를 둘러싼 대기조차 팍팍하게 건조한 이 시대의 사람들은 상처받는 것을 크게 두려워한다. 사랑을 베풀어 준 만큼 받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그 두려움은 모든 사고를 마비시킨다. 먼저 손을 내밀고 사랑을 베풀었을 때가 오히려 더 외롭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기 일쑤다.

 

연극 ‘유츄프라카치아’는 식물 유츄프라카치아와 동일시되는 주인공 애니의 성장과 변화되는 모습을 그린다. 메마른 현대 사회에서 고독과 외로움, 절망에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애니는 누군가 자신을 만지면 죽어버릴 것처럼 발광하고 악을 쓴다. 전쟁 직후의 혼란 속에서 남은 것은 남루한 몸뚱이 하나인데 돌봐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아픈 몸보다는 상처 난 마음의 재생이 절실하다. 상처만 준 세상의 손길을 거부하지만 결국엔 따스한 사랑이 필요했던 애니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간호사 애니를 만나면서 꾸준히 치유받는다.

 

애니는 미국 남북전쟁 직후의 혼란을 온몸으로 표출한다. 애니의 광기 넘치는 비명과 발작은 소름이 끼칠 정도다. 부모와 동생을 잃은 무겁고 축축한 슬픔은 스펀지처럼 관객들에게 재빨리 흡수된다. 정신병동으로 가게 된 애니의 친구들로 열연하는 루시, 앤디, 폴라는 정말 미쳐버린 사람들처럼 리얼한 연기를 펼친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매우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간호사 애니는 사랑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큰 축복이고 감격임을 알려준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때문에 감동의 전율이 두 배로 와 닿는다. 애니는 미국의 맹농아 저술가이자 사회사업가로 유명한 ‘헬렌 켈러’의 스승 ‘애니 설리번’이다. 모든 장애를 딛고 선 그녀에게는 훌륭한 스승이 애니 설리번이 존재했다. 애니 설리번의 유츄프라카치아는 헬렌 켈러였던 것이다.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유츄프라카치아는 누구입니까?”

 

유츄프라카치아를 닮은 영혼들은 뼛속까지 찬바람이 불어 온몸이 시리다. 제대로 펼 수도 없을 만큼 쪼그라든 몸을 쫙 펴주는 것은 다리미처럼 뜨거운 관심과 사랑뿐이다. 사랑한다는 진심어린 말을 건네는 것조차 인색해진 우리들은 끊임없이 누군가의 사랑에 목말라있다. 감정을 추슬러 줄 물 한 방울이 절실하다. 단 한 방울이라도 메말라 죽어가는 생명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자신과 가까운 곳에 유츄프라카치아 같은 영혼이 있다면 손을 내밀어라. 늦지 않았다. 당신의 유츄프라카치아를 온몸으로 안아줘야 한다. 나를 건드리지 말라고 날카롭게 가시를 세우고 있는 당신은 어떠한가. 한결같이 쓰다듬어 줄 따듯한 손길이 간절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갇혀버린 생각들은 스스로를 생채기낼 뿐이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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