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천당 혹은 지옥! 연극 ‘개가 튼 내 인생’

흑백의 풍경은 쓸쓸함과 함께 일상의 초라함을 전해준다. 잔잔한 풍경의 포스터는 커다란 빌딩도 화려한 네온사인도 보이지 않는다. 나지막한 건물과 선선해 보이는 도로 그리고 버스정류장 앞을 졸졸이 지키고 선 4명이 전부다. 이들 4명 사이에서 뜻모를 적적함과 외로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이 4명은 버스가 오는 쪽을 바라보고 있다. 붙박인 듯인 서 있는 세 명과 꽤 오래 기다려 지쳤는지 털썩 주저앉은 남자가 보인다.

 

해를 등지고 선 탓에 얼굴을 알아볼 수 없지만 그다지 밝은 표정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은 초조함이 동반된다. 약속시각은 다가오고 째깍째깍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를 약속 장소로 데려다 줄 버스가 오지 않는다. 이들은 다소 지친 듯한 모습으로 버스를 기다린다. 어둑어둑한 사진을 보아하니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아침 혹은 이미 날이 저물어 어둠이 내리깔린 저녁 무렵으로 짐작된다.

 

‘개가 튼 내 인생’이란 문구가 시선을 확 앗아 간다. 거친 말투와는 상반되는 귀여운 글씨체가 시선을 끈다. 알록달록 깜찍한 글씨체를 뒤쫓다 보면 흑백 사진 속 유일하게 빨간 색감을 자랑하는 한 여인이 눈에 띈다. 이 장면은 흡사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 등장하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소녀를 떠오르게 한다. 그녀가 누군지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는 바는 전혀 없으나 연극 ‘개가 튼 내 인생’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자랑할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연극 ‘개가 튼 내 인생’은 이른 아침 출근 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기다려도 오지 않던 버스를 타자, 낯선 곳에 사람들을 내려놓는다. 곧이어 이들은 낯선 사람들에게 죽음을 통보받는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은 사기일까 아니면 죽음일까? 4명은 사력을 다해 위기를 모면하려 하나 그들의 죽음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들의 사후세계에는 어떤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죽음을 통해 바라보게 하는 연극 ‘개가 튼 내 인생’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삶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내놓는 연극 이 작품은 오는 11월 18일부터 12월 5일까지 배우세상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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