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화동연우회! 배우 최용민] 비범한 능력 감춘 ‘그’

경기고등학교 출신 연극인들의 모임인 극단 화동연우회가 연극 ‘페리클레스’를 무대에 올린다. 1991년 ‘이런 동창들’의 창립공연을 시작으로 그동안 세계 명작들 중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선정, 국내 초연 공연함으로써 연극계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극단 화동연우회가 지금까지도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동문들의 힘이 컸다. 그 많은 동문들 중 1회 공연부터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한사람, 배우 최용민을 연습현장에서 만났다.

 

극단 화동연우회는 매년 12월 동문들이 모여 공연을 올린다. 이번 연극 ‘페리클레스’는 올해 창립 20주년 기념작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화동연우회에서 매년 올리는 공연을 1회 부터 지금까지 참여했어요. 올해에도 선택의 여지없이 내가 해야 될 역할이 주어진다면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죠. 20주년이다 보니 많은 동문들이 함께하길 원했고, 그 덕분에 더블 캐스팅이 많아졌어요. 그만큼 많은 동문이 함께했으면 했고요. 그래서 맡게 된 역할은 펜타폴리스의 왕 사이머니디스 역이죠. 페리클레스가 파란만장한 삶을 살면서 거쳐 가는 나라 중 하나로 제 딸과 결혼을 하게 되니, 제가 페리클레스의 장인인 셈이죠.”

 

극중 사이머니디스는 처음 페리클레스를 보고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된다. 배우 최용민 역시 오랜 연기 경험을 통해 사람을 보는 능력이 있을 것 같다. 무언가 숨기듯 웃음으로 일관하던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하. 극중에서 그러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표현하는 거죠. 실제로는 뭐. 능력이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어요. 사람들의 첫 인상을 보면 대충 알 것 같기도 하고, 그 사람이 어떠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역시 배우 최용민은 내면의 자신의 능력을 숨기려는 듯 보였다.

 

경기고등학교 동문으로 만나, 그 인연이 벌써 20년. 이제는 말보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는 사이가 됐다고. “눈빛만 봐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요. 서로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통해 수정, 보완하다 보니 연기는 더욱 탄탄해졌죠. 그래서 늘 연습현장은 화기애애하고 좋아요. 이번 공연은 제일 대선배부터 후배까지 다 참여해, 터울이 무려 50년이나 차이나죠. 날씨는 춥지만 선, 후배간의 정과 사랑이 넘치기 때문에 연습은 항상 즐거워요.” 그렇다. 연습현장은 서로가 서로를 챙기기 바빠 보였고 그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제, 배우 최용민의 삶을 들여다보자. 연극뿐 아니라, 스크린, 브라운관을 통해서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는 어떤 역할을 하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공연의 메카 4호선 혜화역(대학로)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무대는 재방송이 없는 생방송, 흔히들 말하자나요. 관객과 호흡하는 거라고. 드라마와 영화는 카메라도 의식해야하고 무대에서 보여줄 수 없는 기술적인 부분도 표현할 수 있죠. 각 분야마다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마다 자신의 일을 하려면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잖아요. 저 역시 제가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는 이야기를 하고 그러한 것들이 소박하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현재 그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10년째 명지전문대학 연극영상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강의를 하다 보니, 지금 그 학생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조언을 많이 해 주는 편이죠. 학생들은 그 조언들을 바탕으로 자신을 깨닫고 변한 모습을 보여줘요. 또 저는 그 변한 모습을 보고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지만 무대에 오르면 그도 배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오랫동안 배우의 길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날짜가 다가오면 긴장이 된다는 최용민 배우. “아직도 긴장되고 떨리죠. 공연 시작 첫날, 첫 공연 무대 뒤에서 준비를 하고 있으면 항상 떨려요. ‘내가 왜 공연을 한다고 했을까, 왜 그랬지’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극복방법은 없어요. 부딪히는 것뿐이죠(웃음). 그 다음날에는 첫날보다 여유가 생기니 다행이에요. 아마 저 뿐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도 관객을 만나기 직전까지 긴장된다는 그에게 인간미가 느껴졌다.

 

앞으로도 스케줄이 허락된다면 언제든지 달려와 화동연우회의 공연에 참여할 계획이라는 그는 관객들에게 “많은 관객들이 오셔서 보셨으면 좋겠고, ‘셰익스피어 작품을 이러한 방법으로도 풀어낼 수 있구나’라고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음악도 라이브로 연주되고 무대, 의상 등으로 즐거운 시간이 될 거에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글_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