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화동연우회! 배우 김승환, 유태웅] 이토록 익숙한 신선함!

도대체 이게 무슨 포즈인가. 이럴 줄은 몰랐다.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너무도 상큼하게 브이자를 그리며 놀랍도록 해맑게 웃는다. 그들의 핫! 하면서도 쿨! 한 연습현장을 지켜보며 대중들이 주로 TV에서 접했을 배우라는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담감은 지웠던 터지만, 그럼에도 참으로 친숙한 자태(?)가 아닐 수 없다. 극단 화동연우회 제20회 정기공연 ‘페리클레스’에서 두 배우는 리시마커스 역을 맡았다. 그들은 갑자기 요청한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고 더불어 꽃단장 없이 사진촬영이 진행됐으며 마지막은 행운과 성공의 브이다. “벌써 20년이나 됐어요. 저는 2회 때부터, 태웅이는 10회부터 참여했죠. 보수가 없어요. 그럼에도 매 회 공연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동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예요. 무엇보다 참여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다들 기쁜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타 고등학교도 이렇게 공연한 적이 있는데 꾸준히 지속된 것은 아마 우리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선배, 그리고 후배와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던 김승환은 소감을 밝힌 후 덧붙였다. “아, 나 말 되게 못한다.”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이들과의 인터뷰는 흡사 만담 같았다. 이쪽에서 하나 툭 던지면 저쪽에서는 그걸 가지고 너무나 맛깔 나는 문장을 만든다. 조미료는 없다. 포장도 없고 흔히 보이는 ‘체’도 없으며 함께 무대에 선다는 기쁨만이 있다. 유태웅 “신구선생님과 저는 35년 차이가 나요.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는 ‘경기인’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참여를 해야 하는 공연이죠. 다들 자기 일과 생활이 있어요. 그것을 희생하면서 모인 거예요. 스케줄이 안 맞는 해도 있고, 그럴 때는 부득이하게 빠지기도 하지만 모두들 자기 시간을 할애해요.” 김승환 “저는 스케줄이 없지만 태웅이 같은 경우 현재 드라마를 찍고 있어요. 그럼에도 나와서 이렇게 열심히 해주니까. 사실 저는 바쁜 태웅이 스케줄 맞춰주려고 더블로 하는 것 같아요(웃음).” 유태웅 “아니, 그건 아니고…(웃음).” 김승환 “아니, 맞아요, 그런 의미도 있고(웃음). 스케줄이 있어서 시간이 안 되면 못했을 텐데 다행히, 이제 가로 열고 물음표 그리고 가로닫고, 참여하게 됐죠.” 유태웅 “저는 그저 승환이 형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승환이 없었으면 제가 많이 꾸지람 받았을 거예요.”

 

다들 한 이름 하는 배우들이 모였으나 배역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어진다. 참여할 수 있는 모든 배우들이 모이면 함께 대본을 읽는다. 그리고 연출가가 역할을 정해준다. 유태웅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하는 게 아니에요.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김승환 “난 없는데?” 유태웅 “하하. 욕심낸다고 백 프로 다 되는 건 아니고 연출진의 의견이 종합돼서 배역이 결정되죠.” 김승환 “저는 이번에 현균씨가 하는 페리클레스 역을 시켰어도 못했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 받고 있어요, 현균이가.” 고뇌하는 페리클레스에게 어떤 조언을 하냐고 물었더니 단호하다. 김승환 “뭐, 조언 안 해줘도 잘 해요(웃음). 대신 저는 제가 잠 안 올 때 먹는 약을 줬어요. 어제도 새벽 네시에 잤대.”

 

서로 같은 역할이면 약간의 경쟁의식도 있지 않을까 했으나 역시 경험은 대단했다.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로 ‘연기파배우’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보다 얘가 더 잘났어요.’하는 그들에게 라이벌을 논하는 이 유아적 발상이라니. 김승환 “아유,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유태웅 “오히려 재밌는 게 뭐냐면 제가 연습하는 걸 승환이형이 보지 못했고 저도 승환이형이 연습하는 걸 아직 못 봤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나 컨닝작전 하고 있어요.” 김승환 “물어보긴 해요. 너 그 장면에서는 어떻게 하냐? 하고. 오늘은 태웅이가 연습하는데 처음 보는 거예요. 이제 베껴야죠(웃음).” 유태웅 “다음에는 제가 보고.”

 

배우 김승환과 유태웅 더불어 신구, 최용민, 임진택, 이근희, 이기용, 정한용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연극 ‘페리클레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유태웅 “화동연우회의 특징이 공연 전날까지도 과연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엄청 고민하는데 막상 무대에 딱 오르면 무리 없이 잘 마친다는 거죠. 그래서 놀라워요. 물론 그동안 여러 실수도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서 잘 대처하는 것 같아요.” 연습현장 분위기에 대해 묻자 김승환이 말한다. 김승환 “지금 이래요. 분위기 좋아요. 우리는 하는 만큼 돈을 안 받지만 하는 만큼 매일 회식을 해요. 따지고 보면 그 돈이 그 돈일 수도 있어(웃음).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배우들이 3~4kg씩 쪄요. 그리고 돈을 안 받고 먹기만 하는데 안 먹으면 손해니까 먹는 게 아니라 흡입을 하죠. 부잣집 회식도 해요. 고기 한 점에 팔천 원짜리 먹은 적도 있어요. 계산해봤어 내가(웃음).”

 

연습은 즐겁고 이제 공연은 며칠 남지 않았다. 4일이면 이 대단한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12월 12일까지로 음식을 흡입할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김승환 “셰익스피어 작품이라고 해서 어렵고 지루할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이 작품이 국내 초연이에요. 제 생각에는 이 스토리가 약간 아침드라마 같은 부분이 있어요. 막장드라마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아마 국내에서는 쉽게 공연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 편견, 또 지루할거라는 편견들을 버리고 많이들 보러 오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도 예전에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아 연기했었는데 그때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이건 안 그래. 재밌어요. 어렵지 않아(웃음). 이렇게 재밌는 셰익스피어의 또 다른 작품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유태웅 “화동연우회 창립 20주년 기념무대라 의미 있는 공연이에요. 기존에 봤던 연극들과는 차원이 다르고 풍성한 무대, 또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을 것 같아요. 지루하다고 생각하시기 보다는 요소요소를 창으로,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등 잠재적인 요소가 많이 있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문도 많이 내주시고요(웃음).”

 

 

글,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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