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화동연우회! 배우 김현균] ‘내가 진짜 왕이다’

12월, 어김없이 극단 화동연우회가 돌아왔다. 매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선정해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이 극단은 올해도 연극 ‘페리클레스’를 무대에 올린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수수께끼와 모험, 판타지로 점철된 페리클레스의 인생역정을 보여주며 실종된 딸 마리나를 중심으로 인신매매와 매춘,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 밑바닥의 어두운 현실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을 꿰찬 배우 김현균. 그는 한마디로 잘생겼다. 여기에 연기력까지 겸비한 말이 필요 없는 배우다. 간혹 극에 등장해 잘생긴 외모만 뽐내는 배우가 있다. 그런 배우는 뒤돌아서면 잃어버리기 일쑤다. 반면, 제 역할을 잘 해내며, 강한 인상을 남긴 좋은 배우는 집에 돌아가는 내내 관객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연극 ‘페리클레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묘한 여운을 남길, 배우 김현균을 연습현장에서 만났다.

 

“6년 전부터 화동연우회 공연에 참여했는데, 어느 순간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제 발걸음은 여기로 향하고 있더라고요. 동문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고 애교심이 생겨서 참여하게 됐죠. 이 기간 동안은 방송을 비롯해 모든 활동을 일시정지(?)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마도 더 집중하고 싶어서예요.” 그가 이번 공연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이다. 이는 좋은 기회임이 틀림없지만, 그것과 함께 부담감이 더해졌다고. “부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상당히 부담돼요. 아무래도 대 선배님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무대에 서는 순간, 편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죠. 그래서 연습현장은 늘 즐거워요.”

 

부담감과 함께 찾아온 불면증, 그것은 이 작품을 연습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걱정들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잠이 들면 꿈속에서까지 연습을 하게 된다고 했다. “페리클레스 왕을 표현방법에서 연기하는데 어려웠던 부분이 많아요. 저는 아직 미혼이거든요. 극중 페리클레스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죠. 결혼도 안한 제가 과연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결혼하신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상상도 했어요. 그러다 지금은 서서히 근접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도 잘 모를 때가 있어요(웃음). 그래서 불면증까지 생겼어요. 몸은 너무 피곤한데, 누우면 잠이 안 오고 걱정이 되는 거죠. 그러면 또 일어나 대본을 보고 고민해요. 어떻게 표현을 할지, 그리고 다시 누워서 눈을 감죠. 어느 날은 눈을 감고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까지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휴. 그만큼 걱정이 되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공연 전까지 이러한 걱정도 안한다면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괜찮아요!” 김현균 배우의 표정에는 걱정이 가득했지만 목소리만큼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연극으로 만나기 쉽지 않았던 작품, 연극 ‘페리클레스’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물었다. “이 작품은 어렵지 않아요. 페리클레스라는 인물이 20년 동안 겪는 삶의 여정을 제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또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내와 아이를 만날 때 집중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극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혼재시키기도 하죠. 또 역경과 고난을 배우들이 몸으로 표현하거든요. 아마 이러한 점을 집중해서 보시면 극에 빠지시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배우 김현균은 관객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페리클레스 왕 역에 푹 빠져있다. 행동도 말투도 왕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셰익스피어 작품이라 하면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막장 드라마를 보듯 편한 마음으로 공연을 접한다면 훨씬 더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 보러와 주세요”라며 팬들의 기억 속에 본래의 자신의 모습이 아닌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글_뉴스테이지 김지연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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