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뷰] 관객 분들은 편안히 ‘숨’을 쉬세요, ‘페리클레스’

연극이 객석을 향해 있을 때, 관객은 좀 더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관객과의 호흡’을 보여준 연극 ‘페리클레스’는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다룬 웰 메이드 작품이다. 연극 ‘페리클레스’는 창립 20주년을 맞은 극단 화동연우회 20명의 주옥같은 배우들이 연기한 작품으로 빈틈없이 꽉찬 객석이 말해주듯 제작 단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공연은 2시간을 넘어가는 러닝타임에도 불과하고, 깊은 신뢰를 기본으로 한 ‘관객과 배우’가 서로 호응하고 격려하는 호흡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순탄하게 이어 갔다. 이 바탕에는 ‘훌륭한 배우’는 물론이요, ‘한국적 색체의 융합’과 ‘한국 고유의 흥’, 그리고 ‘천재 작가 셰익스피어 원작의 미’가 있었다.

 

- 격정의 막장 드라마, ‘익숙한 것’이 역시 좋다!
- 다각적인 시도들로 꽉 들어찬 무대

 

이 작품이 공감을 얻어내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신화적 판타지임에도 관객들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었던 데는 그림자극의 첨가 등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연출적 배려가 있었다. 페리클레스 왕의 격정의 여정을 그린 이 연극에서 ‘그림자극’은 극의 이해를 돕는데 큰 몫을 차지했다. 소리꾼의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해 ‘흥’을 더욱 돋우는 동시에 전반적으로 생략과 비약을 전제했던 이 작품과도 꽤 어울리는 매치였다. 무대는 액자틀을 연상시키는 심플한 배경을 기본으로 하며 후반으로 갈수록 스펙터클하고 입체적, 다각적으로 활용된다. 무대의 다양한 변신을 볼 수 있다. 음향 역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판소리는 물론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들이 융합돼 시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무대와 맞물려 환상의 화음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흥을 돋우는 소리꾼의 판소리 진행이었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셰익스피어 작, 우리 귀에 익숙한 한국 고유의 소리는 절묘하게도 잘 맞아 떨어져 신선하면서도 적절한 조화를 이뤘다. 한국 특유의 맛을 제대로 살린 걸쭉하고 흥겨운 목소리의 소리꾼은 담백한 유머의 만담으로 잦은 시간 및 장소 전환에도 관객과의 호흡이 끊이지 않도록 탄탄한 다리 역할을 했다. 그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며 편안한 웃음을 선사했다. 어느새 관객은 연극의 초기 시절, 장터 한복판에 펼쳐진 연극판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연극 ‘페리클레스’의 관객층은 20대부터 노년까지 매우 다양하다. 소리꾼의 판소리에 ‘얼쑤!’ 함께 장단을 맞추는 중년, 노년층이 있는가 하면, 시대를 오가는 의상 및 무대, 다채로운 효과를 이용한 연출, 판타지적 이야기 등에 지루함 없이 흥미롭게 관람하는 2~30대도 있다. 관람하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가 ‘흥’겹다는 것만은 일맥상통한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고급화된 대사는 다시 한 번 우리의 것으로 걸러져 ‘정겨움’으로 재탄생되고, 영국에서 제작된 연극임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한국적 텍스트로 재생된다. 이 작품은 현대식으로 해석된 몇 몇의 씬들이 인상적이다. 그중 사창가 씬은 단연 파격적이면서도 포복절도의 웃음을 선사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장된 가슴과 섹시한 옷차림으로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던 뚜쟁이 이근희, 그의 익살맞은 코믹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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