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리뷰] 올해도 역시! 크리스마스의 전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눈앞에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펄펄 내리는 하얀 눈송이는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시시각각 변하는 따뜻한 겨울무대와 흰 눈으로 덮인 세상은 순수의 절정을 보여 준다. 금상첨화! 거기서 끝이 아니다. 순수함 위에 무용가들이 우아한 자태로 뛰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가슴이 뛴다. 동화 속 세계에 갇힌 듯도 하고, 아름다움에 넋을 놓아 버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 놀이동산의 퍼레이드를 연상시키지만, 그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환상과 설렘이다. 국립발레단의 제135회 정기공연 ‘호두까기 인형’이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 공연의 스테디셀러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12월에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꼽는다. 국립발레단은 2000년 이후 연말 시즌 마다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여 왔다. 이번에도 역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그 명성에 걸맞은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발레의 완벽한 합치
‘호두까기 인형’을 논할 때 차이코프스키를 빼놓을 수는 없다. 막이 오르기도 전 관객은 신비한 음악의 힘에 이끌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관객을 이끄는 것은 이미 생생하게 연주되고 있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이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은 극 초반부터 관객을 강렬히 이끈다. 정교한 음악의 변화와 발레 역사상 최초로 시도됐다는 사람의 목소리, 악기의 변주적 사용 등 차이코프스키 음악의 극적 완성도는 작품을 저절로 명작으로 만든다. 특히 2막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1막은 음악 없는 진행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음악이 감정이 되고, 음악이 관객들에게 극을 소개해주는 듯 한 느낌마저 받는다. 2막에서는 춤과 다양한 볼거리에 취해 음악이 극을 이끄는 힘은 약해지지만 사실 음악과 발레의 완벽한 합치는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음악은 군무와 조화를 이루고, 정확하게 맞아가는 음악과 춤 사이에서 관객들은 완전히 극에 몰입이 가능해 진다. 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은 ‘호두까기 인형’에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매력을 보인다.
- 동화 같은 무대의 설렘과 환상
무대는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탁월하다. 무대 구성과 색감을 유심히 살펴보면 특별히 화려하지도 따뜻하지도 않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기대감, 설렘을 제대로 표현해 낸 섬세함과 무용가들을 돋보이게 만드는 조명이 합쳐져 무대는 최고의 하모니를 이룬다. 무대위에 펼쳐지는 설렘과 환상은 눈꽃송이에서 극치를 맛본다. 순수하고도 찬란하게 무대에 휘날리는 눈꽃송이는 작품을 보러온 어린 아이들에게 놀라움과 탄성을, 성인 관객들에게는 미적 쾌감을 선사한다. 장면전환 역시 뛰어나다. 거대하고 웅장한 세트는 눈 깜짝할 사이 현실과 꿈, 인형세계 등을 넘나든다. 동화 속 마법처럼 관객을 홀리는 것은 무대가 보이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 다양한 캐릭터, 다양한 군무, 다양한 춤사위
‘호두까기 인형’은 주인공들의 아름다운 자태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들의 춤, 다양한 군무가 유난히 돋보인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인형은 신비하고, 마리가 선물 받은 호두까기 인형의 연기는 신기하다. 작품은 2막에서 각 나라의 의상과 그에 걸맞는 춤을 선사한다. 다양하게 등장하는 춤은 때론 귀엽고, 때론 우아하고, 경이롭다. 이러한 안무 구성은 작품을 풍성하고도 빛나게 한다. 군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장대한 스케일의 군무는 끊임없이 변화된 모습으로 무대에 나선다. 관객들은 정돈돼있으면서도 화려한 군무의 매혹에 빠져든다. 음악의 완성도와 더불어 시각적인 완성도는 군무로부터 나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_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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