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사랑과 물이 마른다면? 연극 ‘우물’

가느다란 체구에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 뒤로 돌아선 채로 살짝 고개를 돌려 옆선을 보이는 여인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드리워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인의 몸은 관능적이기 보다 눈부시다. 빛을 받은 듯 반짝이는 그녀의 등은 투명하다. 노랗고 긴 머리칼은 그녀의 어깨에서 나부댄다. 포스터는 여인의 고혹적인 뒷태와 형이상학적인 배경이 더해져 하나의 미술작품과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여인의 뒷모습에서는 팔을 볼 수 없다. 그녀의 어깨 밑에는 팔이 아닌 다른 여인의 옆모습이 또렷이 새겨있다. 그녀의 작은 체구를 휩싸고 있는 옆태는 붉은 천으로 얼굴을 가려 실루엣만 보인다. 오른쪽에도 여인의 옆모습이 보인다. 우울한 낯빛이지만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한다. 형이상학적인 배경 속에 우물이 보인다. 그녀는 마치 우물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곱다. 포스터 속에 보이는 세 명의 여인은 모두 옆모습만을 보인다.

 

침울한 아름다움이 내재된 연극 ‘우물’의 포스터는 도무지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 작품은 인간 누구나 본능적으로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물이 귀한 마을, 유일하게 물을 얻을 수 있는 창구였던 우물마저 말라버린다. 물이 궁핍해진 마을에 조사관과 보좌관이 파견된다. 이들은 마을 우물이 멈춘 시기와 프락의 아내가 죽은 시점이 같은 것을 알게 된다. 과연 물이 소중한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 여인의 죽음과 뒤이어 찾아온 물의 결핍, 여인의 죽음과 우물의 메마름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연극 ‘우물’에서는 자연의 원초적인 구성요소인 물과 인간의 원초적 감정인 사랑을 동일선상에 두고 본능적인 갈증에 대해 탐구한다. 이 작품은 오는 12월 26일까지 정보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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