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노부스 콰르텟 리더 김재영
‘새롭고 신선한’이라는 뜻의 노부스 콰르텟은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의 꿈이다. 지난 2007년 결성된 노부스 콰르텟은 그를 비롯해 김영욱(Vn), 이승원(Va), 문웅휘(Vc) 등 실력파 연주자들로 이뤄진 현악 4중주팀이다. 슈만 200주년 기념 공연에 대해 노부스 콰르텟의 리더 김재영은 “멜로디뿐만 아니라 소리를 통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어떤 연주를 하든 마음가짐은 “모든 연주가 똑같다”고 말하는 그는 노부스 콰르텟을 통해 어떤 슈만을 들려줄 수 있을까. 다음은 리더 김재영과의 대화 내용이다. 그가 가진 젊음에 걸맞게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앙상블로 커가고 싶다는 꿈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노부스 콰르텟은 리옹 국제 실내악 콩쿠르(2009)에서 3위를 수상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입증시켰다. 실내악의 불모지라고 알려진 우리나라 음악계에 젊은 실내악도들이 이뤄낸 쾌거였다. 팀 전체가 월간 객석의 2010 유망주로 선정이 되기도 했고, 2011년 금호아트홀에서 기획된 라이징스타 첫 번째 주자로 김재영의 리사이틀이 라인업되기도 했다. 연주자로서 “연주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재영은 “포커스는 연주에 있지 어떤 타이틀은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제가 가야할 길을 꾸준히 걸어가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그러다보면 사람도 많이 알 거고”라고 덧붙이는 그의 대답은 노부스 콰르텟이 지금까지 걸어온 방식이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기도 하다.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정직한 그것을 말하려고 단어를 고르는 김재영은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갖는 특유의 발랄함과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연주자다. 노부스 콰르텟 앞에 클래식계 젊은 프론티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그를 비롯한 팀원들의 젊음이 내뿜는 열정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가지 소리가 합쳐지고 더해지면서 이루는 하모니처럼 팀의 색깔과 분위기 역시 네 명의 멤버가 만들어낸 화음이다. 각자가 제 음을 짚어줘야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처럼 네 명이 한꺼번에 같은 작업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적인 활동이 훨씬 편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콰르텟 활동이 솔로로만 하는 것보다는 음악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아요. 다른 파트에서 배우는 게 많아요. 멤버들 역시 음악적인 관계로 모이다보니까 세컨바이올린 같은 경우 거의 친동생처럼 지내는 편이고, 다른 멤버들 역시 가족처럼 재밌게 지내요.”
2010년은 슈만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라 많은 음악가들이 슈만을 연주했다. 노부스 콰르텟과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함께 하는 ‘슈만프로젝트 with 김태형’은 높은 난이도로 자주 연주되지 않는 현악사중주 3번, 가장 아름다운 피아노 5중주로 알려진 슈만 피아노 5중곡을 선곡해 특별한 무대를 꾸몄다. 주로 자신이 직접 곡 선정을 한다는 김재영은 “슈만의 곡 중에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을 위주로 선정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콰르텟 1번을 하려고 했죠. 곡 공부도 좀 하고 악보도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 현악사중주 3번이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이 곡은 어렵기 때문에 모험이나 도전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죠. 우리 스스로도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김재영은 현재 뮌헨 국립음대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이수중이다. “계속 배워야 하는 거니까. 그걸 안하는 사람들은 금방 티가 나요. 노력하지 않으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도 금방 사라지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고민하고 연구 해야죠. 저는 이거 없으면 못사는 사람인데 앞으로 10년, 15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 누구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더욱이 김재영은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정서적, 감성적 소통을 기대한다. “연주자는 먼저 작곡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전달하는 의무가 가장 커요. 그 다음에 내 색깔이 나와야 되는 거죠. 제가 느끼는 감정들을 청중들에게 전달한다는 게 쉬운 작업이 아니에요. 제 연주를 듣고 나서 단순히 ‘잘한다’는 반응도 좋지만, 그 음악의 캐릭터에 맞는 한 음 한 음, 소리 마다 듣는 사람의 가슴에 와 닿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오늘도 그런 소리를 내기 위해 연습하고 있고요.”
정말 말 그대로 ‘훌륭한’ 음악가가 되기를 꿈꾸는 김재영은 음악에 대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 맏형이기도 한 그는 다른 멤버들과의 관계 안에서도 “편안한 동갑내기처럼 지내는 편”이다. 공동체 생활이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역할도 중요한 덕목으로 손꼽힌다. “제가 형이라고 강요하거나 분위기를 험악하게 끌고 가면 불편해지고 힘들어지니까 더 편하게 친구처럼 지내려고 해요. 콩쿠르 앞두고는 멤버들이 더 예민해지기 때문에 연습을 하거나 의견을 나눌 때도 조금 더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많이 필요하죠.”
그는 음악을 하는 데 있어 항상 배우고 노력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연주자다. 음악은 곧 삶의 연장선 위에 있다는 것도. 하지만 때로는 자신 스스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하기도 한다. 가령 모험이나 새로운 도전 앞에 선 젊은 청춘들의 모습이 그렇다. 김재영은 “어떤 기회가 왔을 때 똑바로 나 있는 길로 갈 수도 있지만 옆길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 삶이 더 재밌어 지는 거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정말 좋은 사람, 좋은 음악가가 되길 바라요.”
(* 이 글은 월간 삼호뮤직 12월 호에 실린 글임)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