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프리뷰] 사나이 우정 예술 앞에 무너지다, 연극 ‘아트’

‘우정’이라는 묘한 이끌림 앞에서는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 모든 것이 별거 아니다. 그것이 이성과 논리에 어긋난다 할지라도 어쩔 수 없다. 물보다 피가 확실히 진한데도 친구의 한마디에 가족 억장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 사나이 우정’ 아니겠는가. 규태, 수현, 덕수 대한민국 사나이 셋. 이들은 친구다. 2년제 대학 기계공학과 전임교수, 청담동 피부과 전문의, 문방구 사장. 사회적 위치는 달라진지 오래지만 ‘사나이 우정’이라는 이름 앞에 20년을 한 몸처럼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 앞에 나타난 앙트로와 그림은 그들의 우정에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현대 미술에 심취해 있던 수현이 몇 달 동안 벼르던 앙트로와 그림을 산 것. 친구가 그림 산 게 무슨 대수인가? 아니다. 그 가격이 중요했다. 하얀색 바탕에 하얀 줄이 그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앙트로와의 그림은 무려 2억 8천 만 원! 한우를 먹어도 몇 천 번은 먹을 수 있는 액수다. 사실 일반 사람들이 보통 생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짓’이다. 그러나 수현은 친구들만큼은 자신을 당연히 이해해 줄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었나 보다.

 

반응은 차가웠다. 규태는 그림을 보자마자 수현을 비웃는다. ‘예술’이 뭐 그렇게 대단한지도 모르겠으며, 그런 그림을 돈 주고 산 친구도 절대 이해불가다. 정말 미치겠다. 참을 수 없던 규태는 덕수를 찾아가 하소연을 한다. 덕수 역시 결혼 준비 문제로도 힘든데 자신의 전세 값보다도 비싼 그림을 산 수현을 보고 있노라니, 어이가 없다. 하지만 본성이 워낙 낙천적이고 우유부단하기에 덕수는 수현과 규태 사이의 갈등을 풀기 위해 힘쓴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덕수가 노력할수록 점점 우정의 균열은 깊고 날카로워져만 간다.

 

서로의 예술관을 비웃는 것을 넘어 이제는 아내를 모욕하며 해묵은 감정까지 터져 나온다. 유치한 ‘초딩싸움’에서도 볼 수 없다는 과거 공격과 가족 모욕까지! 이들의 싸움이 어떻게 결론 날지 무척 궁금하다.

 

현대 프랑스 희곡의 대표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연극 ‘아트’가 무대가 좋다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으로 선정돼 다시 돌아왔다. 무대 위는 허전할 정도로 극적 장치가 없다. 오로지 세 배우의 합과 에너지로만 극이 이끌어져 간다. 연극 ‘아트’는 그만큼 배우가 중요하다. 지금껏 작품을 거쳐간 배우만 하더라도 정보석, 권해효, 송승환, 김석훈, 이광기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류태호, 이남희, 윤제문, 유연수로 이뤄진 OB팀과 뮤지컬 ‘스팸어랏’의 코믹 3인방 정상훈, 김재범, 김대종의 YB팀으로 나눠져 다채로운 무대를 선사한다. 명품 코미디의 원조로 통하는 연극 ‘아트’는 오는 3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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