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온전히 홀로된다는 것, 연극 ‘기타맨’의 배우 방승구

우리는 어디서든 기타맨을 만날 수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도, 출근하는 가로수 길에서도, 친구나 연인을 기다리는 시계탑 광장 앞에서도. 차갑게 얼어버린 아스팔트보다 시린 도시 사람들의 무관심은 그를 온전히 혼자로 만든다. 지금 이 방랑자의 고독한 삶은 한없이 가볍다. 무겁게 뒤채 이는 삶의 굴레를 벗어 던진 지 오래된 한 남자는 오늘도 노래한다. “우리 모두 콧노래를 흥얼거리자!”

 

통기타를 제 옷처럼 딱 맞게 등에 짊어진 그가 추위에 움츠린 어깨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연극 ‘기타맨’의 배우 방승구는 우리가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는 거리의 예술가 그 자체였다. 일상에서 그저 스쳐갔을 거리의 예술가,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 속에서 어쩌면 동경했을 보헤미안인 그와 대면하자 머릿속은 궁금증으로 가득 찬다. ‘고독한 삶은 어떤 것에 위로 받는가?’, ‘어떠한 애환과 철학을 노래하는가?’, ‘떠나간 기타맨을 어디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가?’ 답을 찾기 위해 연극 ‘기타맨’의 배우 방승구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연극 ‘기타맨’은 어떤 작품인가

 

연극 ‘기타맨’은 인생의 실패자로서 모든 것을 포기한 한 인간의 고독감과 외로움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기승전결이 없다.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게 없고, 한 개인의 감정이 변화하는 모습들만이 작품에 그려진다. 요즘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면 빠른 전개, 사건, 클라이막스들이 주를 이룬다. 관객들은 그런 작품들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연극 '기타맨'을 보고 지루해 할 수 있다. 연기하는데도 힘들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하고 기대를 가지고 작품을 본다면 ‘뭐지?’ 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특별한 사건이 없이 밋밋하게 똑같은 대사를 반복하고 좌절하고 절망할 뿐이다. 특이한 작품인 게 사실이다.

 

Q. 맡은 배역 ‘기타맨’은 어떤 사람인가

 

기타맨은 외롭고 고독하다. 인생의 실패자다. 자기만의 예술세계를 추구하는데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기타맨은 한국사회에서 희극인들의 모습, 나 자신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연극을 하면서 힘든 점이 많다. 경제적 여건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연극을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볼 때 기타맨 역할 자체는 내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축약시킨 캐릭터다. 때문에 이 작품을 할 때 역할에 완벽히 몰입돼 100퍼센트 빠져보고 싶다. 연기가 아닌 나 자신이 기타맨 자체로 관객들에게 보여지고 감정이 전달 될 수 있다면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희망사항이다. 공연이 끝나는 16일까지 한 번 정도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하. 

 

Q. 자신의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욕심내고 갈구하는 것 같다

 

연기자가 어떻게 100퍼센트 만족하겠는가. 끊임없이 뭔가를 더 충족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 나를 기타맨 자체로 봐주는 관객들께는 정말 감사하다. 모노극을 하면서 ‘연기는 정말 끝이 없구나’하고 배운다. 이 작품을 통해 내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Q. 연극 기타맨은 모노극이다. 일인극을 하며 애로사항이 있나

 

연습 때 연출, 조연출, 배우 이렇게 셋이 연습을 한다. 외롭다. 일인극은 철저하게 고독하고 쓸쓸하다. 자기와의 싸움이다. 한 시간 넘게 혼자 연기를 하면 내면을 표현하기 좋고, 몰입도가 높을것 같지만 아니다. 한 시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낸다는 자체가 어렵다. 순간순간 몰입이 깨질때도 있다. 틀리면 혼자라 피할 곳도 없다. 다른 작품은 공연을 올리고 며칠 지나면 익숙해져 편안한 마음으로 한다. 이 작품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노래, 기타연주, 대사를 함께 하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뮤지션이 아니라 기타와 노래실력이 미흡하다. 부담이 많이 됐다.

 

Q.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는?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작품 자체를 느꼈으면 좋겠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하는 기대 없이 잔잔하게 한 인간의 모습을 지켜봐줬으면 한다. 관객들에게 편하게 전해지길 바란다. ‘뭐지?’ 의아해 하며 학구적으로 봐야 하는 작품은 좋은 작품이 아닌 것 같은데 연극 ‘기타맨’을 그렇게 보는 분들이 많다. 긴 여운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외로움과 고독,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Q. 기타연주 실력이 수준급인데, 연극을 하면서 기타를 배웠다고 들었다

 

사실 기타를 조금 치긴 했다. 그 정도로는 안돼서 연습을 많이 했다. 직접 기타맨의 삶을 체험하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하하. 사실상 통기타는 앰프가 없으면 소리가 작아서 전달이 잘 안된다. 조용한 골목길이라면 모를까, 대로변이나 사람이 많은 곳은 잘 안들린다. 극중 기타맨처럼 지하도에서 노래를 부르면 잡혀간다. 하하. 어느 날은 공연이 끝나고 대학로에서 기타를 쳤었는데 한 커플이 즐겁게 구경하더라. 버스를 기다리면서 “와 멋있어요!” 하고 박수를 쳐줬다. 버스가 오니 친절하게 “먼저 가볼께요!” 하고 인사까지 하고 갔다. 기억에 남는다. 

 

Q. 연극 ‘기타맨’은 배우 방승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노극이라는 장르를 처음 접했다. 연기에 있어서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다. 배우가 한 명 나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옆에서 도와주고 노력해서 한 작품이 탄생한다. 여러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무대에서 보이는 것은 배우 하나이지만 이 작품을 위해 연출, 조연출, 의상, 음악감독, 기획 등 여러분들이 노력한다. 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 혼자 어떻게 연기를 하겠는가. 감사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깊게 느꼈다. 연극이라는 것은 특정한 배우가, 특정한 연출이, 특정한 누가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것이다’라고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좋은 작품을 만나서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이 호평 혹은 혹평을 하든 본인 자신은 늘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것이 배우의 숙명인 것 같다. 계속적인 체험 속에 갈구하고 노력하며 관객들에게 감동과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작품을 통해 그 안에서 진짜 나를 보여주고 싶다. 나를 버리고 그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무대에서 자기 자신조차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기 자신도 보여주지 못하는데 다른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겠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어색함이 묻어나와 부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게 된다.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다음에 캐릭터에 있어서 나를 버리고 몰입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나는 온전하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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