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사랑 그게 뭔데? ‘키스 앤 메이크업’

아늑한 집 안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폭신한 소파와 맛있는 음식이 가득할 것만 같은 주방 그리고 부부. 얼핏 바라본 이 부부의 안식처는 그야말로 평안하다. 집 안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자 여기저기 상처로 얼룩덜룩하다. 폭신한 소파에서 아내의 한숨과 걱정이 켜켜이 쌓여 있고, 식탁 의자에는 남편의 시름이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집집마다 나름의 아픔과 시름이 있듯 여기 강이나와 하찬은네 역시 폭풍 같은 시름이 집안을 한바탕 휘몰아쳤다.

 

- 사랑은 존재할까?

 

뮤지컬 ‘키스 앤 메이크업’은 사랑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한다. 눈으로는 볼 수 없고 사람과 사람의 마음으로만 알아챌 수 있는 이 사랑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웃고 울린다. 강이나와 하찬은 역시 사랑에 아파하고 눈물짓는다. ‘사랑이 밥 먹어주느냐’지만 사랑은 종종 행복을 가져다준다. 결혼 7년 차인 이 부부에는 위장이혼을 한 상태다. 하찬은은 사업실패로 모든 재산을 압류당하지만 위장이혼으로 아내에게 집 한 채만큼은 물려준다. 새삼 사랑이라 부르기는 뭐하지만 하찬은은 집만은 이나에게 주고 싶었다. 문제의 시발점은 여기서부터였다.

 

둘 사이에 남아있는 감정을 사랑이라 정의할 수 없지만 서로 위하는 마음이 남은 상태에서 돈 때문에 위장이혼을 했다. 둘은 분명 이혼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함께 살고 옥신각신한다. 이혼했다면 감정도 말끔히 정리됐을 테지만 그렇지 않기에 둘 사이 감정의 앙금은 가라앉은 채 서로 마주한다. 믿음은 희미해져 조그마한 의심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상대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않는다. 작은 불신의 씨앗은 어느 순간 크나큰 불덩이로 불어난다. 둘 사이의 샘과 베드로의 존재는 믿음과 불신 그 중간에 자리하며 부부의 감정에 긍정의 혹은 부정의 불을 지핀다.

 

베드로는 악역이어야 맞다. 하지만 물러터진 베드로는 악역을 맡기에는 이미 부부의 관계에 깊숙이 개입했다. 어쩌다 보니 심부름센터 업주인 베드로가 둘의 사이를 다독이게 됐다. 이 아이러니가 관객에게는 재미로 다가간다. 부부싸움에 끼어든 베드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본분도 망각한 채 한동안 둘의 곁에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대변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도취해 이성이 결핍된 강이나와 하찬은은 서로에게 상처 입히기에 급급하다. 악다구니를 쓰는 부부를 보며 ‘사랑이 뭔지’, ‘정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 오래 참고 믿어주는 사랑

 

샘의 등장에 사랑의 존재에 대한 의문은 최고점에 다다른다. 샘과 이나의 애정행각에도 넋 놓고 앉아만 있던 하찬은. 그가 보여준 게 사랑인지 야비함인지 알 수 없다. 이들의 엇갈린 감정에 관객은 불편하다. 암암리에 일어나는 불륜이지만 그 불륜을 로맨스로 봐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허나 젊고 잘생긴 샘이 상반신을 훤히 드러냈을 때 객석에서는 ‘꺅꺅’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샘은 충분히 매력적이고 섹시하기에 누나들의 호응은 그칠 줄 모른다.

 

뮤지컬 ‘키스 앤 메이크업’에서 제시한 사랑의 존재에 대한 물음의 답은 ‘사랑은 있다’다. 샘과 이나의 관계가 어정쩡하게 설명되긴 하지만 부부의 사랑을 확인하는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믿음만 있다면 그런 오해쯤은 아무것도 아니므로. 뮤지컬 속 주인공은 우리들의 이야기다. 있음 직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무대 위로 고스란히 이끌어내 관객의 공감을 극대화한다. 관객 역시 나와 같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감정몰입은 수월하다. 뮤지컬 ‘키스 앤 메이크업’은 넘버 역시 익숙하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참고’라는 넘버를 베드로가 부르자 모두 하나 되어 노래를 열창한다. 뮤지컬 ‘키스 앤 메이크업’은 지난 14일과 15일간 하남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검단홀)에서 공연됐으며, 600석 규모의 공연장 객석을 가득 채웠다. 이 작품은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아래 막을 내렸다.

 

 

뉴스테이지 박수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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