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in] 트렌스젠더바 샌프란시스코의 왕언니(?), 연극 ‘나비빤스’의 배마담

이 지구상에는 인간이라고 불리는 동물을 두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바로 남자와 여자다. 이건 보편적인 이야기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존재도 있는 법이다. 몸은 남자인데 자아는 여자이거나 몸은 여자인데 자아는 남자인 인간은 보편적으로 세워놓은 기준인 남자와 여자 어느 쪽에 속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이런 사람을 트렌스젠더라고 부른다. 이쯤 되면 주변인들은 헷갈리기 마련이다. 단지 언니라고 해야 할지 오빠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호칭의 애매함 때문이라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통상적인 성 관념은 말 그대로 통상적일뿐 강요될 수 없다.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연극 ‘나비빤스’는 트렌스젠더의 삶과 애환을 그린다. 전직 다방업자 탁명구가 운영하는 트렌스바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배마담, 미자, 순임, 용녀가 등장하는 이 작품은 황당하기도 하며 웃기기도, 애절하기도 하다.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그리다 보니 밑도 끝도 없이 어두워질 수 있겠지만 이 연극은 어둡지도 가볍지도 않다. 진지할 땐 진지하게 가벼울 땐 가볍게 적정선을 걸으며 제법 무난하게 소외된 자들의 아픔을 잔잔히 그려낸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다섯 명의 배우 중 단연 돋보이는 사람은 샌프란시스코의 왕언니 배마담이다. 배마담은 훤칠한 키와 좋은 덩치로 한눈에 남자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여자 옷을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뾰족한 구두를 신고 동생들을 돌보는 든든한 왕언니다.

 

배마담은 사장 탁명구가 사건사고를 치고 자리를 비우면 샌프란시스코를 돌보는 든든한 책임자 역할도 한다. 가끔 철없어 보이고, 가벼운 농담과 친근한 욕, 직설적인 발언으로 얄궂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배마담은 누구보다도 따듯한 언니다. 성전환을 앞둔 미자를 감싸고 보듬어 안아주며 돌봐주고 묵묵히 그 자리를 꾸준히 지키는 사람이다.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 처지라 간간히 자신의 아픔과 사연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금세 장난기 가득한 배마담으로 돌아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배마담은 야유가 나올만한 분장도 서슴없이 소화한다.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를 인위적으로 여성스럽게 보이려는 배마담의 노고는 좀 더 리얼한 트렌스젠더의 모습을 준다. 배마담의 “야 이년아”란 대사가 정감 있게 들리는 이유는 그가 따듯한 심성에 위트까지 겸비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매력 넘치는 배마담이 참여하는 트렌스젠더 쇼가 보고 싶다면 연극 ‘나비빤스’를 관람하러 샌프란시스코 바(bar)로 가면 된다. 아트씨어터 문에서 4월 3일까지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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