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in] 빌리의 감동은 나에게서 시작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윌킨슨 부인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차이는 엄청나다. 현실 속에서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참으로 쉽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지 않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때론 돈이 노력이 재능이 가정환경이 그 벽을 가로막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이들에게 열광한다. 그들이 감수한 어려움과 희생, 노력에 박수를 친다. 감동과 기적이라는 찬사도 아끼지 않는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빌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한 한 소년의 발레를 향한 꿈과 열정을 그리며 뮤지컬계의 감동신화, 흥행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작품 전체를 놓고 본다면 단연 주인공은 빌리다.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것도, 찬사를 보내는 것도 모두 빌리다. 실제 빌리들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 어린 나이에 불구하고 빼어나게 해내는 발레솜씨와 감정을 표출해내는 진지한 몸짓은 관객을 단번에 압도한다. 하지만 기억해야할 것이 한 가지 있다. 빌리가 작은 탄광촌에서 왕립발레스쿨 합격한 것은 혼자 힘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윌킨슨 부인 없이 빌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빌리의 천재성을 발견한 것도, 빌리의 아버지를 설득한 것도, 빌리에게 발레를 가르친 것도 모두 윌킨슨 부인이었다. 빌리의 진정한 몸짓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낼수록 윌킨슨 부인 역시 똑같이 기립 받아 마땅하다.

 

윌킨슨 부인은 우연히 발레 수업에 참가한 빌리의 몸짓에 깜짝 놀란다. 빌리는 놀란 윌킨슨 부인의 한 마디 한 마디 우월한 몸짓으로 보답한다. 윌킨슨 부인은 소년에게서 훌륭한 발레리노의 자질을 목격한다. 하지만 감동의 찬사 대신 퉁명스런 말투와 카리스마로 빌리를 조련하고, 빌리가 마음 속 그리움과 열정을 몸으로 표출하는 법을 스스로 발견하게 한다.

 

사실 윌킨슨 부인은 발레 선생님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는 몸매와 자태를 뽐낸다. 발레 선생님이라면 으레 연상되는 우아하고 여린 매력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담배는 물론 욕, 발길질도 서슴지 않는다. 거칠고 험한 매력의 이 선생님이 빌리를 만난다. 겉모습과 내면은 반비례할수록 사람을 매료시키는 법이다. 그래서 나쁜 남자의 매력에 그토록 빠지는 것이 아닌가. 빌리가 가족에 반대를 맞닥뜨렸을 때, 빌리와 헤어질 때 드러나는 윌킨슨 부인의 따뜻함이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빌리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극에서 그를 탄생시키는 윌킨슨 부인은 작품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 지렛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물건이 움직이지 않듯이 윌킨슨 부인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한다. 윌킨슨 부인 캐릭터의 힘은 어찌 보면 단순하기도 한 이 성장 드라마를 가지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데 있다. 빌리가 떠나면서 건넨 ‘선생님, 보고 싶을 거예요’라는 말이 감동으로 남았다면 이것은 윌킨슨 부인이 극에서 해낸 역할을 증명한다. 또한 윌킨슨 부인은 풍부한 표현력, 주인공 빌리에게서는 볼 수 없는 성숙함으로 작품의 전체적인 균형 맞출 뿐 아니라 극의 지루함까지도 막는다. 빛나는 조연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듯싶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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