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프랑스어권 세계의 현대극을 맛보라, 연극 ‘유리알 눈’

선명한 윤곽, 높은 채도, 잔뜩 올린 밝기의 인물 사진은 어지럽다. 사진에 인물을 부각하고 싶었다면 배경이 조금 단순해도 좋았으련만. 화분, 책상, 조명, 양초 등 어지러이 놓인 물건들이 시선을 분산시킨다. 구도 배치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전형적인 가족사진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런데 저들이 가족이라고 하기에는 씁쓸할 만큼 친해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 닮은 사람도 없고, 나이 차도 가늠할 수 없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몇 가지 사실이 포착된다. 모두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모두 몸은 한 곳을 향해 있지만 표정과 시선은 다른 곳에 다다른다. 한 사람은 옆을 흘겨보고 있고 한 사람은 미심쩍은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다. 남자 옆에 쓸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여인의 포즈도 의문을 남긴다. 팔을 반쯤 구부려 힘없이 남자에게 들려있다. 마네킹, 혹은 바비 인형을 연상시키지만 사람만한 인형이라니 꿈에 나올까 무섭다.

 

뒤로 보이는 여자 역시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3세에서 6세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하얀 드레스 인형을 꼭 쥐고 있다. 아니, 머리채를 잡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상한 행동, 이상한 표정, 안 어울리는 4인방! 과연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독특한 글씨체의 제목과 얇은 글씨체의 프랑스어는 포스터의 어수선함을 가중시키며 궁금증을 유발한다.

 

연극 ‘유리알 눈’은 인형을 만드는 아틀리에에서 하루 반 사이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작품은 퀘백의 유명 작가 미셀 마크 부샤르의 신작으로 작가의 문학성과 연극성에 한국 베테랑 배우들이 만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프랑코포니’에는 불문학자인 임혜경, 까띠 라뺑 두 교수가 중심이 돼 프랑스어권 희곡을 소개하고 무대화하는 단체다. 지난 2009년에 공연된 연극 ‘고아 뮤즈들’을 시작으로 프랑스어권 세계의 현대극을 찾아 번역하고 문화상호적인 만남의 장을 만드는데 힘쓰고 있다.

 

프랑스인 까띠 라뺑 교수가 연출을, 임혜경 교수가 번역과 드라마투르그를 맡은 이번 연극 ‘유리알 눈’은 오는 2월 23일부터 3월 13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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