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in] 상우, 귀신과 친구되다 연극 ‘수상한 흥신소’

해가 쨍쨍한 대낮인데 술에 절어 있는 이 친구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 따위는 없다. 오히려 술 한잔 더 하자며 목 놓아 친구를 불러댄다. 머리에는 까치집을 하고 발은 슬리퍼에 아무렇게나 꿰어 신었다. 단정치 못한 그의 자태가 한심스럽다. 하지만 그런 인상과 달리 상우는 인사성도 밝고 나름 바른 생활하고 있다. 다만 고시생이라는 신분에 걸맞지 않게 하루 14시간을 잔다는 점과 깨어 있는 10시간마저 공부에 공을 들이는 비중이 희박하다는 게 문제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우는 올해에는 ‘고시에 합격할 것’이라며 자신감이 넘친다.

 

상우는 좋게 말해서 긍정적이고 사실적으로 말하자면 대책 없는 청춘이다.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고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말만 고시생일 뿐 고시생다운 면모는 전혀 없다. 그냥 백수와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상우는 늘 당당하고 즐겁다. 여기에 알콩달콩 혼자만의 로맨스도 하고 있는 중이다. 책방 아가씨 정윤은 상우의 로망이자 삶의 활력소다. 꼬깃꼬깃 구겨져 있던 상우도 정윤을 만날 때면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짚이는 대로 걸쳐입은 옷매무새도 한번 정리한다. 정윤은 마을에서도 소문난 행실이 바른 여인이다. 거기다 얼굴도 예쁘고 친절하기까지 하다. 상우가 두근두근 설레 일만 하다.

 

정윤을 만날 때 상우는 수줍은 소년으로 돌아간다. 정윤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주려 하고 손만 스쳐도 우물쭈물 어쩔 줄 모른다. 그런 그의 모습이 순수하고 귀엽다. 게으른 고시생이긴 하지만 상우는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바른 청년이다. 순수하다 못해 살짝 어리바리한 상우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귀신을 보는 능력이 그의 삶을 바꾸게 된다. 소심하고 겁 많을 것 같은 상우지만 귀신을 대처하는 자세만은 도도, 당당, 의젓하다. 꺅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겁먹는 법이 없다. 그저 ‘또 왔냐’며 짜증을 내거나 아예 무시하고 쓱 지나쳐 버린다.

 

그럼에도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상우는 귀신의 한을 풀어주고자 흥신소를 열게 된다. 물론 흥신소를 개업한 게 귀신만을 위한 것이겠느냐마는 고시생보다는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차라리 어울린다. 흥신소를 꾸려가는 과정에서 상우의 우유부단함이 은근히 드러난다. 귀신의 ‘사장님’이라는 한마디에 팔랑해진 상우는 당장 흥신소를 뚝딱 차려버린다. 상우는 귀가 얇고 마음이 여린 순한 성격이다. 남에게 상처주는 걸 싫어하고 상처를 입힐 바에 상처를 입는 쪽을 택한다. 축 늘어난 트레이닝 차림에 까치집을 한 한심스러운 상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때깔 나는 말끔한 청년으로 변모한다. 살짝 어리바리하지만 사람내음 폴폴 나는 상우와 그의 친구 귀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만날 수 있는 연극 ‘수상한 흥신소’는 오는 2월 27일까지 대학로 상명아트홀 2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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