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비겁함을 가리려거든 더 고상한 껍질을 뒤집어 쓰거라, 연극 ‘동주앙’

아련한 표정의 남자가 포스터 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꽁꽁 싸맨 옷차림을 보아하니 추운 날씨에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것 같다. 흩날리는 새카만 머리카락, 슬프게 축 처진 시선을 알 수 없는 두 눈, 앙 다문 입을 보아하니 차가운 도시 남자 같아 보이기도 한다. 역광으로 서있는 남자는 신비함까지 물씬 풍기고 있다. 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것일까. 무채색 물감에 적신 붓으로 슥슥 칠해 완성된 듯한 이 남자의 그림은 선명히 부각된 것 없이 흐리멍덩해서 더 애틋하고 쓸쓸하다.

 

세련되고 차가운 도시 남자의 모습을 한 그를 가르는 커다란 흰 글씨가 눈에 띈다. ‘동주앙’.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포스터 안의 ‘동주앙’이란 단어는 흔히 ‘희대의 바람둥이’로 기억하고 있는 남자 이름이 맞다. 17세기 파리의 원조 도시남인 ‘동주앙’은 여자를 유혹하고 다니는 수려한 외모로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포스터의 남자가 ‘동주앙’일까. 매력적인 ‘동주앙’이 왜 저런 아련한 표정으로 찬바람을 맞고 있는 것일까. 잘생긴 남자가 사연을 가진 듯 고독한 표정으로 서있다면 어떤 여자든 연민 또는 호감의 감정을 가지고 다가갈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터 안의 저 설정은 동주앙의 계산된 치밀한 작업 포즈인가.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 곧 살아가는 힘이다! 연극 ‘동주앙’은 고귀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라고, 예쁜 여자에게 만 개의 마음이 있다면 준다고 하는 ‘동주앙’의 이야기다. 17세기 고전주의 시대에 탄생한 ‘동주앙’은 프랑스 전역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라는 심오한 질문이 떠돌던 그 시절 희극작가 몰리에르가 내놓은 해답이다. 시대의 엄친아, 매력남, 차도남인 ‘동주앙’이 21세기에 새롭게 연극으로 태어나 웅장하고도 유쾌하게 부활한다.

 

이 세상 모든 여인들의 가장 위대한 연인인 ‘동주앙’은 여성을 쾌락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사랑을 믿지 않는 부정적인 남자다. ‘동주앙’은 지상 세계의 모든 규칙에 대항하는 자, 종교와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기를 희망하는 자, 모든 권력을 우롱하고 위선을 풍자하는 아나키스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에게는 종교도 업도 규범도 없다. 그는 신과 인간의 법을 모두 거부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연극 ‘동주앙’은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담고 있다. 연극 ‘에이미’, ‘왕은 왕이다’ 등으로 지난해 한국 연극계에 화제를 몰고 온 최용훈 연출에 의해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된다. 이번 공연은 패기 발랄한 신진들과 함께 정교한 앙상블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탁월한 연기술은 코미디를 보는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연극 ‘동주앙’은 오는 3월 10일부터 4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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