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it] 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 연극 ‘디너’

짙푸른 색의 벽과 큰 창문을 가리고 수놓은 ‘디너’라는 주황색 글씨의 보색대비가 시크하다. 대체적으로 모던하고 심플한 느낌이 주를 이루는 포스터다. 잘 차려진 테이블 위에는 와인잔과 과일, 빵 등이 놓여있다. 분위기 있게 촛불까지 켜놓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네 명의 남녀는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친구사이일까, 연인 혹은 부부로 맺어진 인연들일까. 조촐하지만 고급스럽고 깔끔한 차려진 음식을 보아하니 식사자리를 위해 만난 것 보다는 친목도모나 수다용 상차림 일듯 싶다.

 

편안한 느낌으로 함께 어우러져 있는 그들은 결혼 12년차의 부부이자 모두 오랜 친구사이다. ‘사랑이...어떻게 안 변하니?’란 문구로 보아 그들의 결혼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음을 짐작해 본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유통기한이 정해진 음식물처럼 변색되고 상해버리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연극 ‘디너(부제: dinner with friend)’는 제목 그대로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와중에 오가는 우리들의 일상을 담아낸다. 친구처럼 친근하고, 저녁식사처럼 마음 편하게 너무나 당연하게 와 닿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는 관객들에게 공감을 유도한다. 그러나 이들의 대화의 주제, 즉 사랑과 신뢰의 균열에서 오는 솔직한 고백들은 결코 관객들을 친근하거나 마음 편하게만 두지 않는다.

 

이 작품은 12년 전 탐과 베스가 처음 만났던 풋풋하고 설레던 순간, 그 둘 사이를 이어주었던 게이브와 카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로써 더 명확히 사랑과 욕망의 변화, 타협과 극복의 순간을 가감 없이 펼쳐 놓는다. 또한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지만 합쳐진 둘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부딪힌 이들이 어떻게 그 벽을 부수고 받아들여 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연극 ‘디너’는 작가 도널드 마글리즈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등장인물 한 사람 한사람의 심리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어본 이성열 연출은 곳곳에 숨겨져 있는 허위와 위선, 타이밍과 리듬감을 잔인한 유머로 승화시킨다.

 

단순한 치정극이 아닌 인생의 무게에 대해 이야기 하는 연극 ‘디너’는 오는 3월 4일부터 4월 3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